이정근 목사(유니온교회 담임, 미주 성결대 교수)

최근에 아테네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스에 가면 빌립보도 보고 싶었고 데살로니가와 고린도도 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테네를 꼭 보고 싶었습니다.
아테네는 우선 민주주의의 본 고장입니다. 그리고 철학의 원조들이 살았던 땅입니다. 1천만 명이 살고 있는 그리스에는 기독교(정교회) 신자가 전체 인구의 99%나 된다는데 그 시작이 바로 사도 바울의 아테네 전도였기에 그곳에 가보기를 소원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명색이 신약성경 헬라어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그 헬라 땅(그리스)에 가서 헬라어의 본 고장 발음을 듣고 싶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정말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의 부활을 외쳤던 바로 그 자리에서 36명 일행이 사도행전 17장 16절에서 34절까지 읽고 기도했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전도와 설교가 기록된 부분입니다.
 소크라테스(470-399 B.C.)가 갇혔던 감옥을 본 것은 또 다른 큰 소득이었습니다. 아테네의 유적 가운데 백미라 할 수 있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5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돌산 언덕을 파서 만든 감옥입니다.
아버지는 조각가였고 어머니는 산파였다는 소크라테스, 그래서 아버지에게서는 조각술을 통하여 인간을 교육으로 빚어내는 지혜를 터득했고, 어머니에게서는 철학자의 사명은 대화를 통하여 진리를 깨닫게 하는 산파라고 했던 그였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천만금의 무게가 있는 그 교훈을 생각하며 경외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 자신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가 반성도 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가 악처였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아내가 악처가 아니라 남편 소크라테스가 악부였다고 해야 합니다. 생활도 내팽개치고 토론이나 좋아하는 그런 백수건달의 아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거친 여자가 될 수밖에 없지요...”
가이드의 설명이었습니다만 듣기가 좀 거북했습니다.
“그 친구 참, 기존관념 뒤집어엎기 좋아하는 걸 보니 학자로 나서는 게 좋겠구먼...”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그런 말로 속삭였습니다.
“그것 보세요, 내가 이만큼 순한 여자인 걸 감사하세요. 당신도 소크라테스 비슷한 남자이지만 내가 크게 나쁜 아내는 아니거든요... 역시 대화는 진리를 끄집어내는 산파란 말도 맞구요.”
“흥, 아직도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네 그려... 아무튼 아테네를 방문한 최대 성과는 아내의 기를 살렸다는 것이구먼...”
이것이 그 날 감옥 앞에서 있었던 우리 부부의 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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