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재외동포 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배꽃처럼 하얀 봄 꽃 나무들이
가로수로 서 있는 노스브룩* 한 학교 뒤에
한적한 세 갈래 길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평소에는 붐비지 않아도
꼭 그때 햇살이라도 비치는 오후가 되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그 거리
그리고 어디서인지 나타난
연두색 조끼를 걸친 경찰관 아저씨가
그 중앙에 신호등처럼 서 있는 것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맨처음 연두 조끼를 발견한 내 차는
그가 편 다섯 손가락을 보고
멀찍이 차를 멈춘다
가고 서는 것에 잘 길들여진
한 마리 암소처럼 마음에 들었는지
경찰관은 몸을 돌려
맞은편서 오던 차를 마저 세운다
그리곤 숨겨놨던 갈고리를 꺼내 듯
집게와 장지 손가락을 들어
나머지 한 골목을 향해 까닥거린다
그 갈고리에 걸린 수십 대의 차들이
먹이를 찾아 가는 검은 개미떼처럼
줄지어 흘러나온다
개미집에 숨어 있던 모든 개미들이 나오듯
따듯한 봄 햇살을 등줄기로 받으며
앞서 간 개미의 꽁무니를 쫓아
부지런히 길을 돌아서 가는 개미떼의 행렬
공중을 짧게 긁어 내는
저 손가락들 만큼
가고 멈추는 생의 분별력을
우리 삶에 가질 수 있다면
그때 다시 연두 조끼가
내 차를 향해 갈고리를 던진다
이랴, 소리를 들은 암소의 다리는
곧게 뻗은 흰 꽃 가로수 길을 향해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햇살이 흰 꽂들을 살살 떨어뜨리는 봄날에

*노스브룩 : 미국 일리노이 주 북부 지역에 있는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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