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영(조지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모두들 가까운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로 갔습니다.  지난 금요기도회에 못 나오신 분에게 어느 집사님이 사연을 물었습니다.  시간을 맞추어 나왔는데 오는 중간에 다툼이 생겼답니다.  예배당까지 오면서 계속 다투다가 예배당을 앞두고 큰 몰이 있는 곳에서 U턴해 되돌아 집으로 갔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듣던 집사님이 조심스럽게“나이 드신 여자분들도 계시지만...”하면서“가끔 아내가 엉뚱한 말로 따지고 들 때 남자인 자기는 머리가 홱 돌아버린다”며 “그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화가 솟구친다”며 여자분들은 말을 좀 조심해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부부끼리 다툰 경험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찬양을 맡은 분은 아내와 다투고 억지로 예배당 안에까지 참고 들어오긴 했는데 찬양은커녕 노래도 할 수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가정은 한밤중에 차를 타고 가다가 남편이 화가 나서 아내에게 “내려!”하고는 아내가 내리자 조금 가다가 돌아와 보니 아내가 없어졌답니다.  몇 시간을 헤매고 집에 가보니 아내가 집에 있더랍니다.  아내가 말하기를 “하나님께서 당신이 떠나자마자 택시를 보내주셔서 타고 왔다”고 태연히 이야기하더라는 것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화가 나면 차에서 내려버리고, 아내가 다시 타라고 하는데도 안 타고 새벽 두 시까지 다섯 시간을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는 남편의 이야기 등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자 한쪽에 다소곳이 앉았던 젊은 아내가 “우리는 절대 싸움이라는 걸 몰라요. 그렇지, 여보”하면서 우리에게 눈을 찡긋하며 장단을 맞추었습니다.  맞은편에 앉으신 나이 많으신 장로님께서 여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우셨지만 내심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마찬가지인 것이 확실합니다.  아이 셋을 씻겨 준비시키고 내 옷 차려입고 예배당에 가려면 시간이 급한데도 손 하나 까딱 않고 자기 것만 챙기고 “빨리, 빨리!”를 외치는 남편이 미워서 어느 수요일 저녁 예배당에 가지 않은 기억이 내게도 있습니다.
모두의 이야기가 끝나자 목사님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막 결혼을 했을 때는 아내와 정말 많이 싸웠는데 어느 날 전혀 싸움을 하지 않게 된 것을 발견하고는 “여보, 우리 심심한데 싸움이나 한번 해볼까?”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세상에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남편으로 택해주었을까? 생각만 해도 무조건 아내에게 고맙다는 마음뿐”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돕는 배필로 아내를 주셨는데, 돕는 배필이 되려면 남편보다 훨씬 유능해야 잘 도울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모든 부부들은 역시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은 분들이었다고, 여러분들도 보니 미안하지만 남편보다 아내가 훨씬 더 좋은 분들이니 좋은 아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두들 좋은 아내를 얻은 것이 확실한 것은 남편들이 성질을 부리고 차에서 내려놓았어도 하나같이 도망가지 않고 돌아와 가정을 잘 꾸려나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남자들이 아내에게 무조건 고마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서로 화내고 끝났다면 오늘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을 수도 없었겠지요.  기도회를 마치고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삶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누며 다른 가정의 삶도 나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위로도 받고,  더 성숙한 신앙생활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는 이런 분위기를 나는 좋아합니다.  각자의 혈기 부림을 인정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늘 우러난다면 불평도 다툼도 아무 힘을 못 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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