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과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 대답하여 이르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후에 만일 실과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하였다 하시니라(누가복음 13:6‐9).

삼 년 동안 기다려도 열매가 없는 나무를 주인은 과원지기를 시켜 찍어버리라 말한다. 이에 과수원지기는 대답한다.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피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 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싶지만 아직 연약한 나는 그리 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할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아프고 복잡하여 마음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물론, 만약에 내가 그보다 먼저 죽는다면 내 장례식에 오지 않겠지만 혹 온다고 나설지도 모르니 문 앞에 사람을 세워 참석치 못하게 하도록 유언해야지 하는 독한 생각까지 품고 마음을 삭히려 했다. 며칠 전부터는 아예 골치 아프니 신경도 쓰지 말고 보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자고 다짐, 다짐을 했다.

그런데 오늘 펼친 성경은 내게 말씀하셨다. "삼년을 기다려도 열매가 없으니 찍어버리라."는 주인의 말은 바로 내 마음 아닌가! 속이 시원했다. 관계를 끊을 결심하기를 잘했구나! 말씀도 그렇지 않은가! 무릎을 쳤다.

신이 나서 다음 줄로 눈길을 옮기는데 과원지기의 대답이 가슴을 후려치는 듯했다.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그 후에 만일 실과가 없으면 찍어버리소서."

숨이 멎는 듯했다. 포기하지 않는 과원지기. 한 번 더 시도해 보자고 한다. 아니,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열매가 없다고 찍어버리는 일은 곳 영영 나무를 없애 버리는 일이다. 아프고 귀찮다고 관계를 청산해 버린다면 이 세상에서 사랑해야 할 소중한 한 사람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내 속에서 한 사람을 버리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 번 버리고 나면 그와 다시 사랑하는 관계를 회복하기란 죽은 나무 살리는 일처럼 어렵지 않겠는가?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지 않게 하시려고 오늘 과원지기를 통하여 이 말씀을 들려 주시는 것이리라.  한 해만 더 두루 파고 거름을 주어라. 한 해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몇 시간이든, 몇 년이든 곧 싫은 사람이 좋아질 때까지를 의미하리라. 오랜 시간과 힘을 들여 결국 사랑할 사람이라면, 지금 마음 안에 두고 사랑의 연습, 사랑의 실천을 하는 것이 그와 나를 위하는 길, 그리고 주님의 나라에서 주님의 백성들끼리 나누어야 할 일이 아닐까?

오늘부터 사랑의 연습을 하리라 . 혹 그도 벌써 나를 버렸다고 할지라도 아직 가까운 공간 안에 두심을 감사하며 다정한 말과 웃는 얼굴이라는 삽을 들고 싫어진 사이를 두루 파고 거름을 주는 과원지기가 되리라.
내게 인내심이 없는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당신의 기쁨을 위하여 분명 힘 주실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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