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두메꽃, 최민순)

최인호 소설가의 <인생>이란 책을 읽다가 '두메꽃'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예전에도 읽었을 텐데, 도시에서의 삶은 이 시에 대한 기억마저 앗아가 버렸는지
처음 마주친 꽃으로만 보인다.

직장 동료가 지나가다가 요즘 마음에 남는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매주일 기독교 서적을 소개하고 있으니,
그 중에서도 필독서가 있느냐는 질문일 텐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매순간 자신에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면 금세 풀이 죽고 마는 나를 부추기기나 하듯이
교정 보고 윤문하는 원고며 소개하는 책들은 내용 분량이 참 많다.
전문용어들까지 동원되어 커다란 말의 집을 짓는다.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예수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넓고 편편한 그런 길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주님과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을 주소서.(오늘의 기도, 최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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