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십 웨스트 침례교회에서 정의 사역을 하고 있는 다니엘 에이어스는 진보적인 기독교 잡지 소저너스 6월호에 기고한 칼럼에서 바이블 벨트의 중심인 텍사스 주에서 새로운 신앙의 비전을 그려 보자고 역설했다.

2005년부터 텍사스는 공식적으로 “majority-minority”의 주, 즉 전통적인 소수 인종 혹은 민족 집단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어, 교회 신자석에 앉아 있는 40세 이하의 텍사스 주민 다수는 유색인종이라면서, 필자는 텍사스의 크리스천들이 백인우월주의적인 문화 패턴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정의 사회 구현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칼럼 일부를 발췌 번역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가진 기독교인이라면 텍사스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프린스턴의 사회학자 로버트 우스나우는 저서를 통해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바이블 벨트"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이며, 2천6백만여 명의 고향이다. 2014년 텍사스 주민들은 21개의 의회 위원회 중 6개를 이끌었다. 최소한 한 달에 두 번 텍사스 주민의 절반 이상이 교회에 출석한다.'

'텍사스 주보다 복음주의자들이 더 많은 주는 없다. 크리스천 언론사, 파라처치 선교회, 영향력 있는 대형교회 다수가 텍사스에 본부가 있다. 이것이 텍사스가 바이블 벨트의 버클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텍사스는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하고, 정치적으로도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복음적인 교회 신자들이 주도적인 힘을 지닌 곳이다.'

'텍사스와 남부 지역에서는, 복음주의적인 기독교가 백인우월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 큐 클럭스 클랜(KKK)이 맹위를 떨치는 동안, 많은 백인 크리스천들은 마치 린치를 가하는 일이 백인 크리스천 시민의 삶을 법적으로 방어해 주는 것인 양 행동했다. 1920년대에, 포트 워스에서 1만여 명의 극단주의적인 신자들로 구성된 대형교회의 담임이었던 J. 프랭크 노리스 목사는 클랜과 가까운 관계였다고 작가 데이빗 R. 스톡스는 기록했다. 심지어 큐 클럭스 클랜의 간부를 주일 아침 예배에 초대해 기도하게 했으며, 나중에는 교사로 채용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당시 교단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달라스 제일침례교회의 W. A. 크리스웰 목사를 포함해 남침례교단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들은 인권 운동을 반대했다. 1956년, 크리스웰 목사는 브라운 vs. 교육위원회 재판에서 인종 차별이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역사가 앤드류 M. 매니스에 따르면, 크리스웰 목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입법에 앞서 "모이라고 해. 더러운 셔츠 입고 연설하라고 해, 어차피 그들은 목 매달려 죽을 불신자들이니까"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과 기독 신앙을 접목시키기 위해 백인 분리주의자들은 교리적인 방어 체제를 구축했다. 기독교는 개인 영혼의 구원에 관한 종교이며, 지상의 불의에 관한 염려는 “복음”과는 무관한 현세적인 혼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죄만이 유일한 관심사였기에 인종 차별 체제 안에서 백인 크리스천들은 개인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분리주의를 지지하는 크리스천들은 제도적인 죄는 비성서적이거나 심지어 더 악랄한 무신론 공산주의가 만든 개념이라고 보았다.'

'교리적인 방어 체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하여금 마틴 루터 킹이나 패니 루 해머와 같은 기독교 지도자들의 예언적인 메시지를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인권 운동 진영에 속한 백인주의자들을 왕따시키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심지어 보수적인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인종 화합을 수용한 뒤에도 그 지역에서는 교리적인 방어 체제를 고수했다. 인종차별주의는 구조적인 죄가 아니라 개인적인 죄의 문제일 뿐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다르게 말하는 이들은 그저 “목 매달아야 할 불신자들”이었다. '

'한편 흑인과 그 후손들은 그들의 인간성을 인정해 주고 노예 주인의 교리를 거부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대안적인 교리를 창조적으로 구축해야 했다. 노예 주인의 감시를 피해 그들이 아는 하나님에게 예배드리는 중에 대안 교리는 탄생했다. 그것이 그들의 몸과 영혼을 돌보시는 하나님에 뿌리를 둔 교회, 흑인 교회의 예언적 전통이었다.'

'이 예언적 교리는 죄를 개인과 사회 양쪽 차원에서 인식한다. 흑인 크리스천들은 정의롭지 못한 제도. 즉 짐 크로우 분리주의법에 의해 노예가 된 사람이나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의 인간성이 짓밟힌다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 교리는 제도적인 불의를 크리스천들이 없애야 한다고 요구한다. 폭력, 노예화와 억압을 정당화시키는 그 어떤 교리도, 하나님의 형상(이마고 데이)을 파괴하는 그 어떤 교리도 창조주의 사역이 아니라 우상 숭배다. 신학자 하워드 투르먼은 “인간다움(humanity)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거기에는 인간다움이 없다. 우리가 인간답다고 말하는 것은 이름이 있고, 고향이 있고, 어느 거리에 살고 배도 고프고, 특정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추상명사로서의 그것은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대부분의 남부 크리스천들이 지금은 인종적 분리주의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생각을 부인한다. 그러나 많은 남부 크리스천들은 분리주의를 유지하고 교회 안에서 예언적인 목소리를 배제시키기 위해 선조들이 만든 교리적인 방어 체제를 부인하지 않았다.'

'2014년 봄, 20개 이상의 주에 속한 그룹들과의 네트워크를 기획하는 기독교 단체인 PICO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달라스, 포트 워스 지역에서 흑인과 라티노와 백인들로 구성된 다인종 운동인 Faith in Texas를 시작했다. 우리의 목표는 향후 10년 동안 텍사스의 증가하는 인구에 발맞추어 인종이나 민족 불문하고, 직업이나 수입 불문하고 그 모든 그룹에서 1만 명의 새로운 지도자들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맞닥뜨린 첫 번째 도전은 다양한 신앙 지도자들이 경제와 인종적 불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룹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달라스에서 흑인과 백인, 라티노가 한데 모이는 드문 경우에, 백인 지도자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흑인이나 라티노나 저소득층 출신의 신앙 지도자들이 제도적인 죄가 얼마나 그들에게 해를 가했는지를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달라스는 애틀랜타나 몽고메리 같은 방식의 인권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대신 1960년대에 백인 엘리트들로 구성된 폐쇄적인 그룹이 흑인 목회자들과 협정을 맺었다. 만일 흑인 지도자들이 연좌 농성, 행진, 보이콧 등을 하지 않는다면 인종차별적인 테러리즘을 중지하고 화합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겠다는 거였다. 탁월한 흑인 지도자들은 이 협정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달라스의 신앙 지도자들은 인종적 불평등이나 구조적 불의에 관해 공개적으로 협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의 운동이 행동으로 도약하기 전에 우리는 이러한 역기능적인 패턴을 깨야 했다. 다양한 지도자들과 일대일의 만남을 하는 데 1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일대일의 자리에서 라티노 목회자들은 종종 망가진 이민 제도에 발목 잡힌 불법체류자들에 관한 아픈 경험들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은 백인 복음주의자들과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분노나 회피의 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런 역기능적인 패턴을 깨기 위한 비전 팀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젊은 라티노 가톨릭 리더가 자신이 불체자임을 밝히면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그녀에게 “불법”이라는 단어는 깜둥이라는 말과 같은 비인간적인 단어였다. 백인 및 흑인 지도자들은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또 다른 전환점은 백인 복음주의 목회자가 이민개혁을 위한 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것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에 관해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다인종적인 신앙 비전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4년 Faith in Texas(신앙 지도자들이 인종, 계급간 장벽을 넘어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운동)를 시작했을 때, 젊은 라티노 가톨릭 신자들, 중년의 백인 복음주의자들, 흑인 개신교인들, 연합감리교인들, 무슬림 시민 지도자들, 육체 노동자들, 텍사스 특유의 말투를 가진 무리들, 북동부에서 온 이들 등, 참가자들의 다양성에 감격했다. 텍사스에서는 사회 정의 운동을 하는 이들이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텍사스 주민들은 그런 요청을 받아본 일이 실제로 적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앙을 실천으로 옮긴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2010년, 자동차 담보 융자업체가 달라스의 프렌십 웨스트 침례교회 인근에 문을 열었다. 프래드릭 D. 하인스 3세 담임 목사는 그 지역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경악했다. 바이블 벨트, 특히 텍사스 주가 고리대금업에서도 앞서가고 있었다. 성경은 고리대금업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데 합법적인 고리대금업이 복음주의 문화권에서 성행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이 교회는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우선 고리대금업을 막는 규정들을 지지하는 시티 혹은 주의 모임에 가담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임대 및 지역 지정 조례를 통과시켰고 달라스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을 27%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주 차원에서도 고리대금업과 싸우고 있다. 텍사스 주민들이 빚의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법의 구멍을 막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고리대금업의 대안을 지역 단위로 창조하는 길도 모색하고 있다. 하인스 목사의 지도 아래 프렌십 웨스트 침례교회는 유서 깊은 흑인이 운영하는 신용조합인 세인트 존 신용조합을 인수해 Faith Cooperative Federal Credit Union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교회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이 재정 기관은 작은 돈을 빌려 주어, 조합원들이 경제적인 힘을 갖도록 돕는다.'

'약자들의 힘을 구축하는 일은 신앙 공동체를 조직하는 데 분명한 도전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의 여러 교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되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텍사스가 어떤 독창적인 힘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는 “남부는 그리스도가 중심인 곳은 아니지만, 가장 분명하게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곳”이라 말했다. 우리는 텍사스의 제도화된 종교의 실패에 대해서 잘 안다. 그러나 텍사스 주는 예수를 따르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이들이 가득한 곳이다. 우리는 감히 바이블 벨트를 다시 그려 보려고 한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다종교, 다인종의 기본 원리를 따르는 신앙 공동체 조직은 텍사스나 남부 지역을 넘어 어디에서나 시도해 볼 수 있다. 우선 당신의 맥락에서 죄 많은 종교의 역사를 실감해 보라. 잊혀진 신앙의 이야기들을 일깨우고, 인종과 계급,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는 대화를 하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라. 모든 사람의 인간다움을 확인시켜 주는 새로운 교리를 구축하라. 소수에게 힘을 실어 주는 차세대 신앙 지도자를 키우라.'

'예수님은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턱없이 부족하구나”(마태복음 9:37) 라고 말씀하셨다. 텍사스의 심각한 정치적 역기능에 도전하면서, 우리는 추수에 필요한 더 많은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하늘에서처럼 땅 위에서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가 구속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정직하게 성경을 연구하는 장소로 바이블 벨트가 알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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