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도 다 많다. 내 속에도 그런 음흉함이 들어 있었다니! 내가 했던 생각이나 행동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사가 낯설기까지 했다.

인품이나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하여도 나는 부족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며 산다고 자신했다. 인정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래서 어쩌라고?’ 하며 배짱부린 마음이 전혀 없고, 바로 바로 주님께 부족한 나를 드리고 맡아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했으며, 또 주님께 드렸으니 해결해 주실 것을 든든히 믿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모든 것 주님께 드린다는 나, 그런 내 안에는 적어도 자격지심 같은 것은 없어야 했다. 부족한 부분은 오히려 주님의 크심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일 것라는 생각으로 약간은 과대망상을 하는 자에 가깝게 살아왔을 듯했다.

그런 자만심으로 살고 있었던 내가 마음 깊이 쌓여 있었던 콤플렉스로 인하여 혼이 난 일이 있었다. 몇 달 전 친지가 보내준 카카오톡 중에 미용과 건강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양쪽 귀의 아랫부분 뒤쪽으로 들어간 부분과 앞쪽의 중간쯤에 들어간 부분을 장지와 검지를 사용하여 30초 가량 누르면서 추켜올려주면 거기에 근육이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하면, 입끝에서 시작해 턱으로 내려오면서 생기는 팔자주름이 없어지고, 볼살이 올라가며, 귀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어떤 검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아침마다 잠깐씩 양 쪽 귀 앞과 뒤를 눌러 주었다. 두어 주가 지났을 무렵 신기하게도 자주 뵙는 분이 나의 얼굴을 세세하게 보시더니 혼자 말씀을 하셨다. “어디 꼭 잡아서 달라진 곳을 찾으라면 모르겠는데 얼굴 윤곽도 또렷해진 듯하고 어딘가 많이 세련되고 예뻐진 느낌이야. 비결이 뭔데?”

똑같은 일상이라고 답을 한 나는, 기쁜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앗싸!!’ 를 속으로 외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비밀이 바로 귀의 지압이라는 것을 알았고, 확실한 효과를 보았다고 느꼈다. 순간 나보다도 인물이 훨씬 나으신 그에게 비결을 가르쳐 드린다면 몇 배 더 예뻐지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콤플렉스 없이 살고 있다는 긍지를 가졌던 내가 말도 안 되게 그분과 인물을 비교하는 콤플렉스가 있었고, 흉악스럽게도 마음 안에 가득한 그것이 삐져나온 순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얼마나 자신이 음흉했던가를. 그냥 예뻐지는 비결을 알았으니 행복하기만 했다. 보톡스 맞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흉봤고, 눈꺼풀 수술을 하는 사람을 속으로 비난했던 내가 어느 사이 없어져버렸다. 혼자 할 수 있는 예뻐지는 방법을 오래 오래 써 먹고 싶었다. 자존심 상하는 줄도 모르고 날마다 잊지 않고 열심히 지압을 했다.

그 후로 한 달쯤 지났는데 더 예뻐졌다는 말씀이 없으셨다. 지압의 효과가 약해졌나보다 생각하여 더 세게, 또 시간도 서너 배쯤 늘려서 지압했다.

사고는 지압의 강도를 높인 며칠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 쪽 귀 뒤에서 머리 쪽으로 이 인치 정도가 되는 듯했다. 짜릿 짜릿 칼로 째는 것 같은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며칠을 견디다가 의사를 만났다. 신경에 이상이 생긴 듯하다고 했다. 생전 만지지 않았던 부분을 온 힘을 다해 당기고 눌렀으니 생겨난 당연한 증세 인 것이었다. 의사에게서 처방약을 받아왔다. 십여 일을 복용하고야 다행히 나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크게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나 혼자 꾸민 음흉한 흉계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그분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내 속에 있었던 유치한 마음을 용서 받기를 원했다. 다행히 그분은 손뼉을 치며 웃으시는 자신도 강도가 세지 않게 지압을 할 거라는 말씀으로 용서해 주셨다.

낯설게 느껴졌던 음흉한 생각은 가장 진솔한 나의 모습이었다. 그 일로 인하여 별일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음흉한 생각들이 가득 들어 있는 내 속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언제든지 스스로가 느끼지도 못하며 벌어질 죄의 온상임을 느끼고 조심 또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안다. 따끔하게 받은 그 교훈이 얼마나 갈까! 온전한 성도인양 곧 다시 고개를 쳐들고 다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이번에 아픔을 주셨던 것처럼, 온전하지 못한 죄인이라는 것을 순간 순간 알려 주시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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