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류 대학의 레너드 스윗 교수는 교회를 Mission Church, Ministry Church, Maintenance Church, Museum Church,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이는 교회의 종류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변화 단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개척 교회는 대부분 Mission Church이거나 이를 지향합니다. 개척자들은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강력한 열정에 의해 움직입니다. 열린 교회를 지향하고,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아흔 아홉의 성도들이 희생하거나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기다리기보다는 찾아가고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실수는 비전의 성취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는 오히려 교회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교회는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도둑이 교회에 들어와도 가져갈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이런 모습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교인 수가 늘어나면 이른바 집토끼를 잘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안정성과 성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회의 역량이 목회 중심, 행정 중심, 사역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거나 누가 상처를 받았다는 말은 목양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고등입니다. 이른바 Ministry Church가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 다음에는 시스템과 계획의 유무를 따지는 일이 많아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계획의 내용보다는 계획했다는 사실 자체를 중요시하고, 그것을 뒤엎는 일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세상을 향한 문은 점점 좁아집니다. 시나브로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교회의 살림살이는 이미 커졌습니다. 도둑이 들어와 가져갈 것이 많아졌습니다. 교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더 견고한 방범 시스템과 제도와 교리를 만듭니다. 이런 교회를 Maintenance Church 라고 합니다.

이런 교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주지 못하고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존재로 추락합니다. 모임과 예배에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관성의 법칙만 작동합니다. 그 규모와 횟수도 줄어듭니다. Museum Church가 된 것입니다. 미국내에서 팔리거나 용도 변경되는 교회 건물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사기도 하고 이슬람교도들이 구입해 그들의 예배처소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Historical Building으로 남아 사람들이 방문할 수만 있어도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교회는 아예 침몰하여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경적인 교회란 무엇일까요? 교회다움이란 아마도 Mission Church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교회는 처음부터 Mission Church를 추구하고,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들은 자기 갱신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비난이나 시련이 외부로부터 올 때, 이를 원망하거나 방어논리를 개발하기보다 성찰의 기회로 삼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Mission Church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친 교회라야 Ministry나 Maintenance 할 것이라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어디쯤에 있을까요? 여러분이 섬기는 교회는 현재 어떤 유형의 교회인가요?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교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사회학적 분석의 앵글에 갇혀 교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보거나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른바 가나안 성도를 배교자나 시험에 빠진 자로 몰아붙여서도 안 됩니다. 교회와 목회자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고 가던 길만 계속 가려고 해도 안 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His Way이고 꿈꾸어야 할 교회는 바로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상을 둘러엎으신 예수님의 과격함을 묵상하며 내 안에서 둘러엎어야 할 것을 찾아봅니다. 내 안에 있는 목회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고 우리가 섬기는 교회의 예산과 프로그램을 다시 점검해 봅니다.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겪게 된다지요? 정말이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마음을 또 아프게 해서는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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