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지음 / 샘터 펴냄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조선일보의 북칼럼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에 실렸던 글을 모아 2005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나의 '손 내밈'이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 내 안의 책들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법, 내가 다른 이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결정지었고 내 안의 힘이 된 것처럼, 누군가 이 책을 통해 문학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는다면, 그래서 더욱 굳건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면 그처럼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출간 동기를 밝힌다.

그리고 저자는 “아주 솔직하게 그 책들 하나하나가 내게 소중한 만큼, 독자들에게도 그 소중함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문학교수로서 비평적으로 ‘고전’의 요건에 어떻게 걸맞는지를 분석하기 전에 단지 하나의 독자로서 그 작품이 내 마음에 어떻게 와 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래서 그 작품들로 인해서 내 삶이 얼마나 더욱 풍요롭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글쓰기의 how를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느낌이나 생각, 일상의 풍경들이 함께 담겨 있다.

이어서 저자는 “문학작품들의 기본적 주제는 “같이 놀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형색색으로 다르게 생긴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적 보편성을 찾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내적 세계에 눈뜨게 한다... 그래서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문학을 정의한다.

암의 재발로 병상에서 이 책의 에필로그를 쓰게 된 저자는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행복, 성공, 사랑 -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 책에서 다룬 작가와 작품들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쿠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 F.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에밀리 디킨슨 시인,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노발리스의 『푸른 꽃』, 도스토예프스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펄 S.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아너』, 셸 실버스타인의 『잃어버린 조각』, 윌리엄 워즈워스 시인, 헬렌 켈러의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손톤 와일러의 희곡 『우리 읍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로버트 브라우닝의 극시 『피파가 지나간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허만 멜빌의 『백경』, 셔우드 앤더슨의 『손』,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시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오지』, 애드거 앨런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 호머 헐버트의 『한국의 죽음』, 퍼시 비시 셸리 시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헨리 나우웬의 『친밀함』

장영희(1952~2009)는 서강대 영문과, 뉴욕 주립대, 컬럼비아 대에서 공부했으며,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 교수, 번역가, 칼럼니스트, , 영어 교과서 집필자로 일했다. 첫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 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으며, 병상에서 쓴 마지막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번역서로 펄벅의 『대지』 3부작을 비롯해 『종이시계』, 『슬픈 카페의 노래』, 『피터팬』(국내 최초 완역),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등이 있다. 2009년 5월 9일 향년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고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열두 달 영미시 산책 『다시, 봄』, 강연록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가 출간된 바 있다.

(본문 중에서)
사랑은 하나의 완전한 고통입니다
무엇으로도 그 아픔을 견뎌 낼 수 없습니다
고통은 오랫동안 남습니다
가치있는 고통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법이니까요(에밀리 디킨슨)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 이것만이 인생이고, 기쁨이며, 왕국이고, 승리이다.(퍼시 비시 셸리)

‘애당초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써야 한다면 무조건 써라. 재미없고, 골치 아프고,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전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남들은 다 온다는 그 ‘영감’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수필자 J. B. 프리스틀리)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지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소망을 품고 살기를(헨리 나우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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