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음악 FM 방송을 듣는데, 평소엔 잘 틀어 주지 않는 레퀴엠(장례예배를 위해 작곡된 진혼곡)이 흘러나왔습니다. 음악이 끝나자 진행자의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조금 전 서거한 넬슨 만델라를 추도하는 음악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넬슨 만델라,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질적 문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위대한 인물입니다. 인종분리정책에 맞서 투쟁하던 만델라는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잊혀진 사람이 되고 만다는 고통의 수감 생활을 이겨 내고 1990년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만델라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다고 합니다. ‘자류로 이어질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알았다. 내 안의 비통함과 증오를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갇히게 되리라는 사실을.’ 만델라는 영혼을 병들게 하는 감정의 감옥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가 남아공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편에선 공포 속에서 다른 한편에선 기대감으로 긴장했습니다. 그때 만델라가 국민들 앞에 제시한 것은 용서와 관용 그리고 화해였습니다. 그의 취지가 반영된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결성되었고, 모임 때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과거 정부 시절 가해자들의 눈물과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이 어우러져 벅찬 감동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용서와 화해의 물결은 제거 불능으로 보이던 인종간의 높은 벽을 어느새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만델라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랑이 남아공이라는 공동체 안에 위대한 변화를 낳은 겁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이 시대 다른 공동체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시카고의 한 FM 스테이션이 하루종일 그를 추도하는 음악을 방송할 정도로.

주중에 S 집사님 가정을 심방하고 나오는데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려는 집사님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점점 더 깊이 알아가면서 제 삶도 점차 변화되는 걸 실감합니다. 작은 변화 중 하나가 이런 겁니다. 가끔 세일즈맨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이번 달 판매 목표 수량을 아직 다 채우지 못했는데, 사장님이 도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확신이 들면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남은 물량을 다 구입해 줍니다. 내가 지닌 것을 조금 나눔으로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내게도 기쁨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 사람도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잖아요. 나, 내 가정, 내 비즈니스만 생각하던 과거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심방 중에 들은 이야기 때문에 지난 주일 성경공부 때 들었던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남의 사업장에 고용되어 일하는 파트타임 종업원의 생활도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경영난에 처한 고용주들이 종업원의 시간을 점차 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 최근 종업원들에게 이렇게 말해 두었어요. ‘난 여러분을 거저 도와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활이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와서 일하는 시간을 늘려달라고 말하세요.’ 제 사업장은 지금 정도의 고용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형편이 나아질 수 있다면 그 희생은 제게 기쁨인 거죠. 과거엔 여유가 있어도 이렇게 살지 못했어요. 나만 생각하는 삶이었거든요. 다 주님 때문입니다.”

주님 때문에 변화된 삶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줍니다. 마치 옷깃에 뿌린 한 방울의 향수가 은은하게 공간을 채워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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