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의 저녁 노을 사진을 보여 주면서, 미스터 아너(Ahner)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사진 설명에 열중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보낸 2주일 휴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아내의 건강이 더 나빠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미스터 아너는 전형적인 독일인이다. 4주간 여행 계획 가운데 2주일 동안 미시건 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단둘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미스터 아너는 또 다른 2주일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휴가 내내 그들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거나 토론하고, 깨끗한 공기를 벗삼아 산책하고, 자녀들의 안부 전화를 받으며 행복했다고 한다. 사진 속의 노을진 호변 풍경이 아름답다.

그의 아내는 산소통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호흡기 및 심장 질환을 가진 환자이다. 같이 산책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부엌일은 물론 집안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40여 년을 함께한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 딱딱하고 무뚝뚝하기만 했던 미스터 아너는 아내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깨달아가는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꽃다발을 아내에게 건네며 사랑을 고백하고, 자기 옆에 오래오래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아내를 예쁘게 단장시켜 외식을 한다. 아내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 시한부 환자이지만, 미스터 아너의 지극한 보살핌 때문인지 여전히 소녀 같은 미소가 돋보이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미스터 아너는 세탁소에 올 때마다 30분 이상 아내 자랑을 한다. 그럴 때 그의 얼굴은 첫사랑에 빠진 청소년 같다.

그에게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아내에 대한 애정을 간직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미스터 아너는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아내가 아픈 뒤부터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인생을 가능한한 최고로 보상해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냉정하고 무뚝뚝해서 표현력이 부족했던 그는 아내가 웃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단다.

우선“사랑한다”는 말부터 시작했단다. 독일말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는 너무 딱딱하고 기계 소리 같아서 다른 나라 말을 찾다가 프랑스어인 “쥬떼므(Je t’aime)”를 발견했단다.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한 프랑스어로 “쥬떼므(사랑해)”하고 말했더니 아내가 웃었단다. 그때부터 미스터 아너는 아내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단다.

셔츠 주머니 속에 조그마한 수첩과 펜을 늘 가지고 다니는 이유다. 방송을 듣거나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아내가 웃을 만한 아이디어를 얻으면 수첩에 적어둔단다. 적당한 때에 그것들을 활용해 이벤트를 해서 아내가 웃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존경심이 인다. 늦은 나이에 아내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미스터 아너는 아내 박사인 것 같다. 아내에 대한 논문을 써보라고 농담조의 말을 건네니까, 미스터 아너는 아직 자격이 안 된단다. 아내를 종일 웃게 해주고 싶지만, 아직 그러지 못해 아쉬운데, 어떻게 자기가 아내 박사겠느냐고 반문한다.

미스터 아너는 내 남편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꽃다발을 선물하라. 같이 외식을 하라. “쥬떼므”라고 말하라. 아내가 웃을 때 그 행복을 느껴 보라. 아내가 건강할 때 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남편이 조언을 따르고 있는지 내게 확인한다.

아내와 남편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란다. 그 공부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가 투자의 1순위여야 한단다. 낳고 길러 준 부모도 부부만큼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 주기 어렵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이는 부부 사이란다. 배우자의 행복, 아니 우리의 행복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단다.

미스터 아너가 부드러운 인사로 말을 마친다. “쥬떼므!”문득부부 연합에 대한 창조주의 당부가 떠오른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세기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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