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무지개를 찾아서’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한 소년이 무지개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만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가고 또 가도 무지개는 자꾸 멀어집니다. 길을 걷던 소년은 문득 자신을 돌아봅니다. 팔과 다리에 기력이 없어집니다. 얼굴에 주름이 생깁니다. 돌아갈 집도, 반겨줄 어머니도 없습니다. 아직 무지개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무지개를 찾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동화입니다. 왜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 아이들에게서 읽히는 걸까요? 이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베데스다’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베트 헤세드‘ 즉, 자비의 집' (House of Mercy)이라는 뜻입니다. 그 연못 주변에는 다섯 개의 행각이 있었는데 늘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천사가 물을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뛰어들어서 몸을 씻는 사람의 질병이 낫는다는 전설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각각의 문제, 극복되지 않는 어려움을 가지고 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마다 언젠가 물이 움직일 때 가장 먼저 뛰어들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자비가 찰랑이는 연못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예수님을 만난 38년 된 병자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말하고 있습니다. 물이 동할 때 뛰어들고 싶지만, 항상 자신보다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 같지만 결국은 최선의 조건을 가진 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베데스다가 자비일 수 없고 복음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하나만 바라봅니다. “물이 움직일 때 먼저 뛰어들면 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병이 낫는 현상이 중요할까요? 그 병을 낫게 해주시는 자비의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할까요? 사람들은 그들의 문제와 목적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베데스다, 은혜의 연못은 능력 있는 소수의 소원을 이루는 연못에 불과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기도의 응답이 중요합니까? 그 기도를 통해서 나와 교통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 중요합니까?

세 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물이 갑자기 흐르면 앞 다투어 내가 먼저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적이 됩니다. 경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패배시켜야 내가 승리합니다. 자비의 연못은 경쟁의 연못이 되고 증오의 연못이 됩니다. 한 사람의 승리자와 수많은 패배자들의 연못이 되고 맙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겠다고 교과서에 무지개 동화를 실었습니다. 교훈은 무엇입니까? 무지개를 좇으며 사는 삶은 헛되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아하!" 하고 교훈을 얻고 고개를 들어 그 이야기를 들려준 어른들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 어른들은 무지개가 아닌 진리와 참된 가치와 생명을 추구하며 살고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일곱 색깔 찬란하게 빛나는 무지개를 꿈꾼다면 어쩌면 어른들은 이미 색이 다 빠지고색깔이 구별되지도 않는 무지개를 붙들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이것마저 놓으면 붙들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안될 줄 알면서, 헛된 꿈인 줄 알면서,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평생 쫓아왔다는 것을 알면서, 물이 움직여 봐야 실은 천사가 아닌 연못에 새 물을 공급하는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 그 연못의 전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기다려 봐도 이렇게 몸이 불편한 나보다 누군가가 항상 먼저 들어가고 나는 이 헛된 꿈마저도 이룰 수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면서, 여전히 연못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저것만 가지면, 이 일만 성공하면, 이 정도만 벌면, 저만큼만 인정받으면, 만족하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면서 여전히 헛된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하고 있지는 않나요? 끊임없이 패배하며, 후회하며, 갈망하며, 원망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예수님께서 나를 찾아오셨음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계절입니다.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시는데 우리는 여전히 연못을 바라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를 안다고 하고, 믿는다고 하면서, 여전히 우리의 시선은 물이 동하는 일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의 소원과 만족, 두려움과 염려, 상처와 아픔에 시선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2000년 전,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38년 된 병자를 만나셨던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말씀하십니다. “이제 자리를 들고 일어나라. 저의 절망의 자리를 걷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나와 함께 걸어가자!” 이 명령, 이 말씀에 순종하여 절망의 연못이 아닌 소망의 나라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는 2017년이 되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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