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시카고지역 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인터뷰

 

이준 목사

지난 2월 28일 오후, 기자는 2017년 시카고지역 한인교회 협의회(이하 시카고교협) 회장으로 선임된 이준 목사(두란노 침례교회)를 방문해 인터뷰를 했다. 시카고지역 총 218개 한인 교회와 기독교 기관으로 구성된 시카고교협은 각 교회 및 기관 대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1974년 시카고지역의 한인교회들이 친교를 나누고, 연합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시카고교협이 설립되었으며, 이후 ‘부활절새벽연합예배’, ’할렐루야대성회’ 등 연합 집회를 통해 지역 복음화 및 교회 발전을 도모해 왔다. 2017년 시카고교협 회장에 선출된 이준 목사는 사도행전 2장 46-47절 말씀에 기초해 ‘마음을 같이 하여’를 금년도 사역 방향으로 정하고, 각 교회들과 연합해서 하나님 나라를 섬길 계획이다.

이준 목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LG전자 북미지역 주재원으로 12년간 근무했으며,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전에 목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제 인생에 대해 다른 계획을 갖고 계셨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은 1991년  가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갑자기 시카고지사의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발령 과정이 신기했습니다. 일 년 전에 발령받아 근무하던 선배사원이 갑자기 사직서를 낸 겁니다. 주재원이 발령받은 지 1년만에 그만둔다는 건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때부터 저를 목회의 길로 부르고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 목사가 자신을 목회의 자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때는 1997년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방언을 하게 된 것이다. “평소 방언에 대해서는 부담스럽고 회피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1월 신년새벽축복성회때 대표기도를 하던 중 갑자기 혀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억제하고 기도를 마친 후 개인 기도를 하는데 방언이 터져 나온 겁니다. 하고 싶은 마음도, 할 생각도 없었던 방언을 하게 되면서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이후 이 목사는 또 다른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금요기도모임 중 특별한 비전을 보여 주신 것이다.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시커먼 산이 보였는데 주님께서 그곳에 저를 옮겨놓으셨습니다. 그러자 풀과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모든 산이 온통 생명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총천연색으로 보여주신 이 생생한 비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같은 해 이 목사가 경험한 또 다른 특별한 일은 성경 탐독이었다. 1997년 한 해 동안 성경을 4번 반이나 읽을 수 있었다. 출근할 때나 출장 중에나 서류 가방엔 항상 성경이 들어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체험은 회사 업무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이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1999년 초에 3일 금식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간절히 물었다. 기도 마지막 날 무심코 펼친 찬송가가 380장이었다. 처음 불러보는 찬송이었다. 음을 잘 잡을 수 없어서 가사를 먼저 읽어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마음 주께 드리니 곧 받아주소서. 나 다시 방황 않으려 주 의지합니다. (...) 내 뜻과 정성 모두어 다 주께 드리고 주 위해 봉사하다가 그 나라 가리라.” 놀랍게도  헌신을 결단하는 찬송이었다. 방언 후 금식기도를 하기까지 하나님의 뜻 앞에서 갈등하던 2년여의 영적 여정을 마침내 끝낼 수 있었다. 퇴사 후 2000년 1월, 이 목사는 무디신학교에 진학했다.

무디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 2003년부터 한미장로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던 중 2007년 같은 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후 평신도로 섬겼던 두란노침례교회에서 2008년 2월부터 담임 목회를 시작해 9년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사역을 준비하며 기도하던 중 마가복음 3장 13-15절 말씀을 받고, 교회가 꼭 감당해야 할 5가지 사역-예배, 말씀 양육, 사랑의 교제, 전도/선교, 이웃 섬김-을 발견하고, 이 모든 분야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 교회 식구들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목회자의 길을 가기 전에는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지를 기자가 질문하자 이 목사는 청년 시절을 회상했다. “저희 집은 원래 예수님을 믿지 않던 집안이었습니다. 불교와 무속 종교를 의지했고, 절에도 가고 굿도 하는 집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작은 어머니가 저희 집안에 시집을 오셨고, 그분의 전도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으나 이 목사는 상당 기간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진 못했다고 했다. 또래 청년들과 함께 봉사하고 교제하는 것이 좋았을 뿐, 예수님과 친밀한 인격적 관계를 맺지 못했다. 침례를 받을 때조차 예수님이 누구신지, 예수님이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하셨는지 잘 알지 못했다. 침례 전의 문답 과정도 장로님이 묻고 장로님이 가르쳐 주신 답을 앵무새처럼 따라해서 통과할 정도였다. 그런 상태로 10년 넘게 교회 생활을 하는 동안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오고, 결혼을 하고, 직장에 들어갔다. 뿌리 없는 신앙 생활을 하다보니 신앙의 불모지 같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교회로부터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내를 따라 다시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 1991년 10월경 부흥사경회가 있었다. 사경회 참석 첫날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제가 죄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무겁게 제 영혼을 눌러댔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갈급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위치한 여의도에서 집이 있는 원당까지 가는데 보통 2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저녁 8시에 시작되는 사경회에 평일 참석한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평소 퇴근 시간이 평균 8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죄의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에 6시에 칼 퇴근했습니다. 상사의 눈치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사경회 마지막 날에야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집회 전 기도하던 중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겁니다.  ‘네가 고민하는 그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단다.’ 이 음성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십자가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회개의 기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집회 시간 내내 회개의 눈물, 기쁨의 눈물,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날 드디어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만나 믿음을 드릴 수 있었던 겁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생활은 완전히 변화되었다. 40일 새벽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 역사에 쓰임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맡고 있는 수출 업무를 위해 영어 능력이 더 나아질 수 있게 도와달라는 지극히 평범한 기도도 함께 드렸다. 그렇게 기도한 후 1년만에 미국 주재원이 될 수 있었다.

두란노 침례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된 후 8년 동안 교회 사역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2016년 시카고지역 한인교회협의회 부회장 자리로 인도해 주셨고, 한인 교계를 위해 일년 동안 기도하게 하셨다. “하나님, 2017년 한 해 동안 제가 무엇을,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절히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사도행전 2장 46-47절 말씀을 주셨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 주께서 구원하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이 말씀을 깊이 묵상하게 되었다.

“이 말씀을 주신 이유를 드디어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의 초대 교회는 성령 충만한 사도들의 천국 복음 선포를 통해 세워졌습니다. 복음이 선포될 때마다 성인 남자만 삼천 명, 오천 명씩 예수님께로 돌아왔으니, 적어도 예루살렘 안에는 2만 명이 훨씬 넘는 성도들이 생겼을 겁니다. 당시 예루살렘에서 그 많은 인원이 한 장소에서 함께 신앙 생활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성도들은 자신의 집을 예배 장소로 개방한 성도들의 가정에 흩어져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찬식을 행하며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시카고라는 지역적 테두리 안에서 218개의 한인 교회들이 각자의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고 사역을 감당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각 가정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워가던 초대 교회 성도들은 또한 성전에서 다 함께 모이는 일에 힘썼습니다. 때마다 시카고교협을 통해서 시카고의 한인 교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다같이 예배드리고 말씀을 공부하고 찬양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흩어져 있을 때에는 기쁨으로 각자의 교회를 섬기고, 다 함께 성전에 모일 때에는 마음을 같이했던 예루살렘 교회는 부흥했습니다. 이렇게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상황과 시카고 교계의 상황이 하나하나 연결되면서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주신 이유도 분명해졌습니다. 시카고교협을 중심으로 교회들이 동역할 때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영적 원리를 가르쳐 주신 겁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이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함께 모이길 힘썼듯이, 시카고 교회들도 이런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길 원하는 주님의 마음을 보여 주신 겁니다.”

2017년 시카고교협이 계획하고 있는 주요 사역은 4월의 ‘부활주일 새벽연합예배’, 6월의 ‘할렐루야 대성회’와 ‘2세를 위한 연합집회’, 10월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연합 음악회’ 등의 여러 집회들과 현재 진행 중인 ‘강점 발견 워크샵’, 9월의 ‘설교와 교회 교육에 관한 세미나’, 10월의 ‘이민 목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  ‘개척 및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심포지엄’ 등의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들이다. 시카고 지역 한인 교회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시카고교협 홈페이지의 새 단장과 나눔을 위한 긍휼 사역도 계획하고 있다.

시카고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한인 교회들이 마음을 같이하여 하나님을 섬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한 해가 되기를 이준 목사는 소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