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수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 효능이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2년,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커피에 대한 최대 규모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1995년 당시 특별한 중증질환이 없는 50~71세 인구 4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연구 시작 시점으로부터 13년이 지난 2008년에 전체 인원 중 약 5만 명이 사망했는데, 하루에 커피를 두세 잔씩 꾸준히 마신 남성은 10%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은 13%가 더 살아남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커피가 정확하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러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2012년,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는 치매와 커피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생쥐 실험을 실시했다. 산소 공급을 줄여 쥐들의 기억력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절반의 쥐들에게는 커피 몇 잔에 해당하는 카페인을 주입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그런 다음 산소를 재공급했을 때, 카페인을 주입했던 쥐들의 기억력 회복 속도가 대조군보다 33% 더 빨랐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생쥐의 두뇌 세포를 면밀히 연구해 보니, 카페인이 세포 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데노신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포가 손상을 입었을 때 세포 밖으로 나와 신경 기능을 손상함으로써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2012년,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에서는 사람의 두뇌와 카페인의 관계를 연구했다. 알츠하이머의 전조로 알려진 경미한 인지 장애와 심한 건망증이 있는 장년층을 2~4년 추적· 관찰했을 때 혈중 카페인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로 진행된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올해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캠퍼스 연구팀은 치매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 뇌 속 효소를 증강시키는 24가지 화합물을 발견했다. ‘NMNAT2’로 불리는 이 효소는 지난해 같은 연구팀에 의해 이미 발견된 바 있다. 이 효소는 뇌 속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타우로 불리는 잘못 접힌 단백질(misfolded protein)을 격퇴하는 샤프론(보호 단백질)을 지키는 방어 작용을 한다.

타우는 플라크의 형태로 뇌에 쌓이는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신경퇴행성장애 발생과 연관이 있다.

연구팀의 리더 루 위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뇌에서 이 효소를 늘리는 약을 개발해 신경퇴행성장애의 악화를 막는 화학적 차단벽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NMNAT2 효소의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합물을 찾기 위해 1,280가지 화합물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커피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카페인도 NMNAT2 효소의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물질 중 하나로 드러났다. 쥐 실험에서도 카페인은 잘못 접힌 단백질 타우를 많이 생산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실험쥐의 기억 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카페인 외에 NMNAT2 효소 생산을 증강시키는 성분으로는 롤리프램, 지프라시돈, 칸타리딘, 보르트만닌, 레티노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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