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에 복음을 싣고 달리다(2)

교회에 나가서 신앙생활을 한 지 8개월이 된 1980년 8월, 여의도 광장에서 큰 집회가 열렸습니다. “나는 찾았네 새 생명”이란 제목으로 C.C.C 선교회에서 주최하며 김준곤 목사님이 대회장으로 진행된 큰 선교대회였습니다.

5일 동안 세계 각처에서 선교사님과 성도 100만 명이 모였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목사님의 추천으로 낮에는 서울 고등학교에 모여 각 교회에서 몇 명씩 온 성도들과 합숙하면서 성경공부를 하고, 밤에는 여의도 광장으로 가서 안내위원과 헌금위원을 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마지막 날(1980. 8. 15.)에 교회 권사님들을 따라 두 아들과 함께 여의도 광장으로 갔습니다. 장마철이라 우산과 담요와 비닐을 싸들고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 구경하러 갔습니다.

TV 뉴스 시간에 여의도 광장의 집회 광경을 보여 주었을 때 많은 성도들이 축축한 아스팔트에 앉아 비가 와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예배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으로 따라간 것이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성도들 속에 남편도 있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설교가 끝난 후 마지막 시간에 선교사 서원기도를 김준곤 목사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첫 번째로 “지금부터 1년 이상 해외 나가서 선교활동이나 주님의 일을 할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라.” 고 하셨을 때 당시 11살이었던 큰아들 지훈이는 이 다음에 커서 목사가 되겠다면서 벌떡 일어나 서원을 했습니다.

그날 남편도 “하나님, 저는 교회에 다닌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사용하여 주신다면 저를 해외에 보내 주십시오” 하고 일어나 서원을 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지금 서원하고 일어난 대학생들이 대략 10,000명 정도 되는데 이 사람들이 해외 나가서 선교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후원할 사람도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큰 아들은 “엄마, 우리는 망해서 돈이 없어 헌금은 못하지만 일어선 저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으시니까 엄마도 일어나세요.” 하면서 제 팔을 잡아당기며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들의 강요에 못 이겨 일어섰지만 왠지 두려웠습니다. 하나님께 서원을 하고 행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만 같았습니다.

순간 마음속으로 아들이 어려서 잘 모르고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을 하지만 크면서 변하더라도 용서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집회는 다 끝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왠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고 그곳에서 철야를 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깔고 앉았던 신문지와 비닐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여의도 광장의 밤바람은 조금 싸늘하기까지 했습니다.

두 아들은 깔아 놓은 비닐 위에서 담요를 덮고 잠이 들었고 바람을 막아 주려고 우산을 펴서 놓아준 뒤, 저는 여기저기에서 철야하며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기도할 줄을 몰라서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제 머리 위에 누가 손을 대는 느낌이 들어 쳐다보니 긴 머리에 수염이 짙은 사람이 지긋이 웃으며 내려다보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예수님이신가?’ 하고 착각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남편이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수염을 깎지 않아 덥수룩했던 것이었습니다.

약속은 서로 안 했지만 왠지 집회 마지막 날에는 제가 여의도 광장에 와서 철야를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답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을 향해 철야하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찾았는데, 결국 우리 네 식구는 만났고 서원한 장소에서 철야를 했습니다.

그 후 교회에서는 불신 가정이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목사 및 선교사의 중보 기도자가 되겠다고 서원을 했다며 웅성거렸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께서는 이 가정은 온통 불신자들뿐이라 기도해 줄 사람이 없으니 우리 교회가 힘을 합쳐 중보기도를 해야 한다고 선포하셨습니다.

그 후 새벽기도 때마다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기도란 가만히 눈 감고 생각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대표 기도하는 장로님의 기도가 끝나면 아멘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초신자인 저에게 신앙생활의 기초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무엇을 어떻게 기도하는지를 몰랐습니다.

 

* 편집자 주 : 박승목, 박영자 집사 부부에겐 집 주소가 없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길 위에서 RV 순회 전도를 하고 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박 집사 부부는 RV를 타고 미국 49개 주를 찾아다녔다. "현실은 편안하지 않은데 마음은 평안하다. 우리가 죽을 때 가져가는 건 평안이다. 그 답을 전하려고 전국을 누빈다."라고 말하는 박 집사 부부의 선교 이야기를 연재한다. 두 분의 연락처는 818-917-4974, rvmissionary@yahoo.com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