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TV에 방영되었던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에 사는 한 부부가 방송국에 사연을 보냈습니다. 새 한 마리가 그의 집을 떠나지 않고 배회할 뿐 아니라, 거실 창문에 날아와 하루종일 부리와 머리로 부딪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집 주인은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그 새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저러다 새가 죽을까 염려되기도 하여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집 주인은 수 개월 전 날아온 새를 위해 우체통 아래에 집을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새는 그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길고양이가 새 둥지에 올라가 새끼들을 잡아먹은 것입니다. 그 후로 그 새는 집 주변을 돌았고 하루 종일 거실의 통유리 창문에 날아와서 부딪친다고 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새 집을 지어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새끼들이 모두 죽은 것에 대해 주인은 미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새끼의 죽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는 행동이거나 새끼들이 집안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 또는 주인에 대한 원망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전문가는 거실의 큰 창문에 비친 바다의 모습을 보고 새가 바다인 줄 착각하고 날아온 것이거나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새의 공격으로 알고 부딪친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설은 유리창을 검은색 종이로 가리고 새의 천적 모형을 달아놓았을 때 보인 새의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새는 더 이상 유리창으로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새끼를 잃은 슬픔 때문도 아니었고, 집주인에 대한 원망이나 스트레스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착시 현상에 의한 충돌 사고였습니다. 집주인은 더 이상 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한편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새가 이상 행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한편 감동이 사라지는 것 같아 허탈했습니다. 동심이 깨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산타가 오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 청소년에게 생겨나는 느낌이랄까?

문득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그런 방식으로 설교를 하고, 적지 않은 신자들이 성경을 그렇게 해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에서 일어난 사건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고찰은 무시한 채, 주관적 감동과 의미만을 강조하고 감동과 죄책감을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따뜻하고 가슴뭉클한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 청중들은 감성을 터치하는 전개와 내용에 만족하고, 위로와 은혜를 받았다고 간증합니다. 하지만 그런 해석은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거짓 행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거짓으로 꾸며진 소설(Fiction)로도 사람은 감동을 받고 가치관과 행동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동만 준다면 거짓말이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허구인 줄 미리 알고, 이야기 속에 담긴 인문학적, 영적 메시지에 감동을 받는 것이라면 몰라도, 허구를 진짜처럼 속여서 만드는 감동, 허구인 줄도 모르고 속아서 느끼는 감동이라면, 그것은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제에 불과하니까요.

누군가는 그런 종교를 아편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감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하고, 사실은 자연과학적, 사회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 해석의 방법론들이 설교자의 서재에서 더 많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모든 독자와 청중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지혜와 계시의 도움을 받아 적확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신화적 요소는 제거하거나 적어도 분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진리의 역사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과학적 접근을 이단시하지 마십시오. 성경의 가르침대로라면 과학도 하나님의 섭리 아래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니까요.

증명은 예수께서 평생 하신 일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믿음으로 초대하셨지만 이를 위해 논리와 비유, 삶과 열매로 증명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예수가 누구인지를 부활로 증명하셨구요. 증명하는 사람으로 부름받은 자들을 증인이라고 부릅니다. 증인은 진리의 경험자여야 합니다. 거짓과 신화가 아니라, 진리 즉 실체적 진실 말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맙시다. 진실에서 비롯된 진리만이 우리에게 가치있는 감동과 자유를 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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