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에 복음을 싣고 달리다(17)

신문과 방송을 통해 우리 부부의 사역 소식이 북미 전 지역에 알려지게 되면서 여러 곳에서 간증 초청이 들어와서 전도의 문이 열렸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나온 우리의 삶과 복음을 위하여 떠나게 된 과정을 간증했습니다. 처음 강단에 서서 말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성적인 우리의 가슴은 두 방망이로 두들기듯이 두근거리며 떨렸으나, 강대상을 양손으로 붙잡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담대함을 주셨고 차분하게 증거하도록 힘을 주셨습니다.

간증을 들은 많은 성도들이 감동했고 은혜가 되었는지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처음 간증한 교회에서 사역비로 쓰라며 봉투를 주셨습니다. 말씀에 순종한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곡식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 (신명기 25:4).

“이와 같이 주께서도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명하셨느니라”(고린도전서 9:14).

교회에서 간증할 뿐만 아니라 구원의 확신이 없는 자들에게 복음을 설명하여 확신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와밋과 마켓에서 만나는 자들에게 영생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교회는 다니고 있지만 영적으로 무관심하고 오직 세상적인 것에 관심을 쏟으며 말씀과 기도가 빠진 껍데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쁨과 감사한 마음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믿음으로 승리하고 있는 가정도 방문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15년 전에 딸의 초청으로 미국에 올 때에 남묘호랭교 우상단지를 갖고 오신 어떤 할머니는 우리가 샌디에이고에 살았을 때 신앙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우리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함께 그 집을 심방하고 그 할머니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우상단지를 마당에 가지고 나와 불살라 버릴 때 우리 모두 감격하여 박수치고 기뻐했었습니다.

“대저 아방인의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아니하노라”(고린도전서 10:20).

그때부터 그 할머니는 신앙생활을 잘 하고 계셨고, 아들딸들 모두 구원의 길로 인도하셨으며 성령 충만함으로 살고 계셨고 강건하심을 보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믿음이 변질되지 않고, 믿음으로 승리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RV에서 자며 길에서 사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매일 큰 차로 움직이며 전도하러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또한 물 공급과 하수도 처리도 아무데서나 할 수 없어 난처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운 날에 샤워를 해야 하는데, 매일 하지 못하고 YMCA에 가서 며칠에 한 번 하고 세수는 한 컵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했습니다.

남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지혜롭게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새벽기도에 참석한 교회의 화장실에서 말끔히 세수도 하고 어떤 때는 머리도 감았습니다. RV 캠핑 장소에 가지 않고 길에서 살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하고 검소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때로 멸시와 외면도 당하고, "저 사람들 RV 타고 구경하러 다니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말도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았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에 새도 거처가 있으되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마태복음 8:20).

그래도 우리에게는 잠을 잘 수 있는 RV라는 장막이 있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하나님은 우리 부부에게 불평 없이 살아가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어느 날 샤워하려고 YMCA에 갔다가 50대 여자를 만났습니다. 돈은 많이 있지만 미국생활에 잘 정착하지 못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 중에 있음을 털어 놓으면서 우리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느 곳에서든지 복음이 필요한 자들을 만나게 하셨고 복음을 듣고 영생의 소망을 갖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예수님을 열심히 전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어느 모텔 옆 공터에 파킹을 했는데 그 모텔 수영장의 수도관이 터져서 난리가 났습니다. 남편은 사역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그곳에서 밤늦도록 좁은 공간 흙더미 속에서 땅을 파며 쉽지 않은 상수도 수리를 하였습니다. 밤 12시가 되어도 끝내지 못하고 다음 날 또 가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얼굴이 핼쓱해지고 눈이 쾡하니 쑥 들어갔습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떠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힘든 노동일을 계속했다면 육신이 지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남편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음을 전하도록 사명을 주셨고 결단하게 하셨음은 우리가 세상일에 얽매여 고생하며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음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사람이 만일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태복음 16:26).

하나님은 우리들을 위하여 존재하시는 분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안전과 필요를 위하여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며 보살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하시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우리가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가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순종하며 나아갈 때에 기뻐하시며 복 주시려고 준비하시는 하나님이시며, 우리가 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보상해 주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RV를 운전하며 전도하러 가는데 좁은 골목길에서 후진하다가 부딪쳐서 뒷부분이 그만 깨지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너무 속상해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좁은 골목길도 다닐 수 있는 작은 차를 공급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우리는 돈이 없지만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실 것을 믿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시기보다는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기도했습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