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순 지음 / 비채(김영사) 펴냄(2017)

 

‘미국이라는 드림랜드로 들어간 사람들에겐 숙제가 주어진다. 드림랜드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대답하라는 것인데 나는 늑장을 부렸다. 너무 어렵기도 하고 어두워서 마음의 도리질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도리질을 그만둘 때가 왔다. 좋든 싫든 나와 비슷한 때에, 즉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기록하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 글을 쓰면서 현장감과 진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리얼리티에 충실하려고 애를 썼다. 기록을 남길 때의 느낌으로 쓰기 위해 실제 시카고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나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과 이웃에게서 들은 실제 이야기들을 동원했다‘('작가의 말' 일부)

『드림랜드』에는 시카고 한인들의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작가와 작중인물 모두 시카고에 사는 재미교포들이다. 독자도 재미교포라면, 작중인물과 다른 삶을 살았더라도, 소설이 픽션으로 생각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프고 슬프다.

‘드림랜드인 줄 알고 왔다가 드림랜드에 숨어 있는 깊고 완고한 감옥에 갇힌 자의 이야기, 그게, 드림랜드의 맥을 구성했다. (...) 이민자들의 삶의 모습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왜 이리 어두운 것만 끄집어냈느냐고 물으면 특별히 대답할 말은 없다. 다만 소설을 쓰기로 작정하면 우울하고 낮은 음조의 사람 풍경만 떠오르는 걸 어떡하느냐는 그 말밖에는. (...) 내 가슴에 남는 서사는 가던 길 멈추고 서있는, 등에 고랑이 파인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다. 혹 다시 소설을 쓰게 되더라도 실패의 여정 속에서 손바닥 발바닥으로 드림랜드를 문지르고 끌고 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지 않을까. 그들에 대한 여운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으므로. 내가 또한 그들이므로.’(작가의 말 일부)

아메리칸 드림울 실현하고 싶은 이민자들 앞에는 영어와 미국 문화라는 장벽이 막아서고, 일부는 신분 취득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고, 젊은이들은 정체성의 혼돈을 이겨내야 하고,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 미국에 산재한 문제들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작중인물들처럼 드라마틱한 시련이나 실패를 겪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민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았을지 모른다.

‘나는 남들이 흔히 꿈꾸는 드림랜드에 들어갈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 아닐까, 드림랜드는 오직 선택받은 사람들만 입장이 허락되는 그런 곳이 아닐까.’(본문 일부)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소설집 말미의 해설에서 이민자의 고통스러움만 표출하고 끝난다면 소설적 가치를 논할 수 없지만, ‘작가는 거기서 여러 걸음 더 나아간다. 척박한 상황의 질곡 속에서 꿈이 있는 내일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꿈은 연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타자의 꿈’이라며, '보다 나은 내일, 보다 나은 세상이라는 소박한 꿈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빛난다'고 평한다. 작가는 약자 중의 약자들 이야기를 들려 주며, 미국 내의 소수인 한인들이, 아니 모든 소수 인종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이민의 장벽을 넘어 하나 되는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그 꿈입니다.’(본문 일부)

신정순 작가는 이화여대와 경희대에서 국문학을, 1982년 미국에 와서는 교육학을 공부했다. 현재 시카고의 노스이스턴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한국학 강사, 시카고 예지문학회의 강사이다. 제2회 미주동포문학상, 제11회 재외동포문학상, 제22회 경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Hello, 도시락 편지』와 『착한 갱 아가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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