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로 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밤중에는 심하게 불어서 RV 안에서 잘 수가 없을 정도로 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강한 바람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RV가 날아갈 듯이 요동치며 흔들거리는데 태풍같이 몰아치는 바람을 사막에서 만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바람이 조금 부는 것 같아서 밖에 나갔는데 그래도 옷이 벗어질 정도였고, 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메마른 광야와 같은 길을 달리는 RV는 바람에 흔들려 밀려 나가 차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끝도 보이지 않는 광야 저 멀리에는 험악한 모습으로 돌산들이 서 있고 군데군데 아주 큰 선인장들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원망하고 불순종함으로 40년 동안 이와 같은 사막에서 걸어야 했음을 생각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를 원망하는 이악한 회중을 내가 어느 때까지 참으랴 이스라엘 자손이 나를 향하여 원망하는바 그 원망하는 말을 내가 들었노라”(민수기 14:26-27).

우리 부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묵묵히 감당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도착하여 송 목사님께서 목회하시는 교회를 찾아가 주차장에서 잤습니다. 말할 수 없이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기쁘고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처음으로 밟아보는 땅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함께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벌써 여러 교회에서 간증하도록 계획해 놓으셨고 전도 대상자들을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간증할 때마다, 복음을 전할 때마다 성령의 역사하심은 놀라울 정도로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도 바울을 이방의 빛으로 삼아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자로 삼으셨듯이 우리에게도 만나는 자마다 복음을 전하여 영생을 얻도록 역사하셨습니다.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 (사도행전 13:48).

어느 날 노방 전도를 하면서 겪은 일은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손님도 별로 없는 가게를 지키며 앉아 있는 젊은 여자분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하는 말을 듣고 우리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저는요, 지옥에 가기로 결정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들 대부분 천국에 가기를 소원하며 예수님을 구주와 주인으로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그 끔찍한 지옥을 가기로 결정한 그 여자에게 깊은 사연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우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막내딸로 부유하게 살다가 미국에 구경 왔으며 우연히 남편을 만났답니다. 친정 부모님을 속이고 한 번 결혼했던 남편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니는 믿음이 좋은 권사님으로 교회에서 칭찬 받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외아들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 10년은 지옥 같았다고 했습니다. 성인 아이 같은 남편은 툭하면 아이들에게 새엄마 얻어 준다고 하고 시어머니는 교회에서 믿음 있는 권사님인지는 몰라도 가정에서는 포악했답니다. 욕설과 매를 참으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자신이 심하게 병들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하소연을 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미션 스쿨을 나왔고 교회도 다녔지만, 시집 와서 학대당하며 망가져 가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잘 믿는다는 자들이 연약한 자들을 수없이 실족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시어머니와 따로 살고 있는데, 손자와 손녀를 보지 않은 지 일 년이 넘었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가게에 나와 앉아 있으면 집에 갈 때까지 화장실 다녀오는 것 외에는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까지 겪으며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여 괴로워하는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한 영혼의 탄식을 듣고 우리도 함께 울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분명히 지옥에 가실 분이기에 내가 먼저 죽어 지옥에 가서 기다릴 것입니다. 그때에 지옥에 온 시어머니를 확인하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결국은 당신도 지옥에 오셨군요.” 이 말을 시어머니에게 하려고 지옥에 가려고 작정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가슴에 한이 맺히고 맺혔으면 이렇게 강퍅한 마음이 되었을까?

“오직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에 매일 피차 권면하여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의 유혹으로 강퍅케 됨을 면하라”(히브리서 3:13).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시어머니 권사님을 찾아서 만났습니다. 집도 좋고 여유가 있어 멋있게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먼저 며느리와 만난 것을 숨기고 대화를 했습니다. 믿음으로 금식하며 기도한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자녀에 대해서 물어 보았을 뿐인데, 믿음 있는 권사님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거침없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완악함을 그대로 소유하신 분으로 자식과 손자 손녀까지 싫어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일서 3:18).

말과 혀로도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행함과 진실함이 나올 수 있을까요.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그분의 영혼에 호소했습니다. 성경적으로 믿음의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 권면하면서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요리조리 이유를 대며 모면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 남편은 성령에 사로잡혀 그 권사님을 향해 엄하게 책망하였습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없느니라” (요한일서 4:20).

그 권사님은 교회에서 봉사도 열심히 하며 중보기도 하는 믿음 있는 권사님으로 칭찬을 받기에 사람들은 속을지 몰라도 전능하신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습니다. 자식도 모르게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고 했고, 신년이 되었는데도 자식들을 만나지 않고 계속 미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족한 우리를 통해 그 잘못된 행위를 드러내게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디모데전서 5:8).

하나님의 책망을 받은 권사님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마룻바닥에 내려와서 무릎을 꿇으며 통곡을 하며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몸부림을 치며 가슴을 치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가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부끄러운 죄악이었나를 성령님께서 깨닫게 하셨던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 (역대하 7:14)

얼마 동안을 통곡하며 회개하던 권사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 회개하였으면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권면했는데, 고집스럽고 완악한 분이 순한 양같이 변하여 우리의 권면을 순순히 따라 주었습니다.

시어머니로 인해 부부가 이혼까지 생각하는 단계까지 갔던 것입니다. 며느리를 처음 만났을 때에 지옥에 먼저 가서 시어머니 지옥에 오는 것을 꼭 볼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의 마음을 그 누가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성령님께서 마음의 깊은 상처로 고통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그 마음에 한이 풀리게 하시고 용서하도록 역사하실 것입니다. 시어머니를 만나면 울 것만 같다던 며느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어느 식당에서 그 권사님과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그리고 우리 부부가 만났습니다. 권사님과 며느리는 서로서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며 이제부터 서로 사랑하며 살자고 다짐하며 서로 뜨거운 포옹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서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갈비와 냉면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맛보지 못하는 천상의 기쁨과 감격을 느끼는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 (고린도후서 5:18).

고부간의 갈등으로 부부가 이혼하려는 그 즈음에 우리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우리를 그 가정이 화목케 되는 일에 사용해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하나님께 영광을 드렸습니다. 믿음이 있다고 하나 행함이 없는 믿음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른 가정을 온전한 믿음으로 회복하여 생명으로 화해하는 감격을 가졌습니다.

“근신하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베드로전서 5:8).

우리 모두는 근신하여 깨어 기도하고 믿음으로 굳게 서서 마귀를 대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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