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똑같은 이름들이 무척 많다. 우선 마리아라는 이름이 몇 명이나 되던가. 모세의 누님 미리암에게서 유래한다는 그 마리아, 예수님의 모친, 막달라 마리아, 마르다의 여동생,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가의 어머니, 바울의 선교 협력자.... 지금도 마리아 이름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강아지나 태풍 이름에도 있으니 말이다. ‘쓰디쓰다’는 뜻이라던데, 왜 그 이름이 그토록 달콤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예수님 어머니 마리아 덕택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유다, 요셉, 시몬이라는 이름도 꽤 여럿이어서 성경 학습자들의 짐이 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똑같은 이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박수갈채를 보낼 인물과 주먹떡을 날리고 싶은 인물들이 있다. 아나니아라고 하면 초대예루살렘교회에서 헌금을 속였다가 부부가 즉사한 남편의 이름이다. 그리고 바울을 심문하여 괴롭힌 대제사장도 있다. 악당들로 기록된 이름들이다. 하지만 바울에게 안수하여 눈을 다시 뜨게 했고, 세례도 베풀고, 선교 사명을 재확인해 준 착한 아나니아도 있다.

바울은 그때부터 예수님의 가장 유력한 제자가 되었다. 예수님 말씀 그대로,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선택한 나의 그릇”이 되었다. 물론 그 말씀이 바울에게도 전달되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과 예수쟁이들에게 최악의 박해자였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주 되심을 가장 크게 전파한 최선의 인물이 되었다. 성경에 있는 사도행전과 바울서신들이 그 명명백백한 증거들이다. 심지어 로마에서 참수순교도 당했다.

그런데 바울의 이름은 본래 사울이었다. 사울이라면 다윗 왕의 장인 사울 왕을 생각하게 한다. 사사시대에서 왕정국가로 바뀔 때 그 첫 번 왕이 바로 사울이다. 이름이, ‘무엇인가를 얻기 위하여 찾아다니다’라는 뜻이란다. 아무튼, 사울은 키가 다른 사람보다 "어깨 위나 더 컸다"(삼상9:2). 바울 사도의 부모들은 사울 왕을 따라 아들 이름을 사울이라고 했다. 같은 베냐민 지파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도 바울은 키가 작았다.

그는 난쟁이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위대한 스승 가말리엘을 찾아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출세를 위해서도 무서운 경쟁을 벌였다. 로마의 시민권도 활용했다. 그 결과, 그는 그 당시 세계 문명의 세 흐름인 예루살렘의 종교, 아테네의 철학, 로마의 정치와 법률 지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런 사람이 기독교의 씨를 말리기로 무서운 결심을 했다. 그래서 일차로 일곱 집사 대표 스데반에게 투석사형을 감행했다. 예수님 편에서 보면 정말 큰일 낸 사람이었고 큰일 낼 사람이었다. 그러나 주님은 바로 그 사람을 ‘큰일 할 사람’으로 단박에 바꾸어 놓으셨다. 가룟 사람 유다는 큰일 낼 짓을 하다가 지옥불로 떨어져 죽었지만, 청년 사울은 큰일 낼 사람에서 큰일 한 사람으로 휘딱 바뀌었다. 그것이 바로 유다와 바울의 결정적 차이였다.

(대표저서: 목회자의 최고 표준 예수 그리스도)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