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야고보서 2:14-19).

이 시대의 문제

이 시대의 문제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제대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 역시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처럼 자신들을 위한 형식적인 종교를 만들어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바리새인들에게 "너희는 천국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마 23: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을 저주하시며 "너희는 교인 하나를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1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던 예수님께서 저주하셨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우리는 예수님의 저주에 담긴 안타까운 마음과 분노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른 길을 가기 원하시는 그분의 염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

도전적인 격언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당했을 경우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당신에게 있는가?" 역설적이지만 이 말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급진적으로 실천한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나 가족, 이웃 혹은 교인들로부터 핍박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자신의 경건성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핍박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 살지 않는다는 것을 가리키는 표지입니다. 삶 속에서 위기나 비극, 핍박과 맞서 싸우기 전까지는 믿음의 깊은 기쁨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한 기쁨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

이익 없는 믿음

참된 경건, 참된 신앙생활에는 항상 긍휼의 행동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가르치는 신앙은 매우 구체적이고 확고합니다.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행동이 없다면 아무 유익도 없고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가 고픈데 말로만 먹으라고 하고, 옷이 없어서 추운데 말로만 따뜻하라고 하는 것처럼 허망한 일은 없습니다.

믿음이 있다면서 그에 합당한 행동이 없다면, 신앙이 말뿐임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행함은 눈에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믿음은 보이는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14절의 "행함"이라는 단어 '아르곤'은 믿음이 어떤 작용을 하여 드러내는 믿음의 역사를 가리킵니다. 믿음이 정말 살아 있다면 역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행함은 살아 있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하나님 앞에서의 행함이 되는 것입니다.

16절의 '이익'(오펠로스)이라는 말은 야고보 사도가 믿음과 행위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믿음 자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성경의 일반적인 원리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믿음은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었으면 싹이 나고 열매를 맺어야 씨앗을 심은 이익이 있습니다. 믿음 역시 그와 같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믿음에는 구원의 능력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뜻을 따라 '진리의 말씀'으로 낳으신 사람들 안에 '심긴 말씀'은 반드시 그 사람의 심령을 변화시키고 그의 말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심기지 않았거나 말씀의 싹이 트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그런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야고보 사도의 생각에는 행함이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믿음을 살아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함이 빠진 믿음은 시체와 같고 이무런 이익도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과 행함

18절과 19절 말씀은 이해하기가 호락호락한 구절이 아닙니다. 그러나 두 절을 통해 야고보 사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행함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믿음에 있어서 행함이 본질적이고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함이라는 단어에 '역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말하는 행함과 사도 바울이 말하는 행함은 다릅니다. 바울이 말하는 행함은 주로 율법의 행함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할례, 음식 규례, 절기법 등을 준수하는 행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말하는 행함은 믿음의 행함입니다. 다시 말해 믿음이 역사하는 결과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와 사도 바울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행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 곧 역사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이며 또 어떤 다른 이의 입을 빌어 예를 들어 비교해 보인 후, 행함으로 믿음을 보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믿는다고?

본문의 마지막 절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하나님은 한 분뿐이라는 고백은 유대교에도 기독교에도 절대적인 믿음의 선언입니다. '쉐마'라고 알려진 신명기 6:4절은 이스라엘이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드렸던 가장 중요한 첫 대목입니다. 어린아이들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쉐마'를 낭송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기독교를 이방 종교와 구별시켜주는 독특한 신앙의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야고보 사도가 하나님은 한 분이심을 믿는다고 마음껏 떠들어보라는 것입니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냐는 것입니다. 귀신들도 하나님이 한 분이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알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귀신들이 부들부들 떤다는 것입니다. 귀신들도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하나님이 한 분이심을 믿는다는 고백은 그냥 고백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고백이 실제로 행하는 긍휼이 무엇이며, 의와 평화의 열매가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고백한다고 해도, 믿음에 행함이 없다면 그것은 귀신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두려움에 떨었던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반응이라는 엄청난 독설을 야고보 사도가 퍼붓고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에게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란 예수님 자신을 받는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거듭나는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이 믿음이며 동시에 복된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그 처음과 과정과 결국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 하나님 은혜의 역사이며 동시에 성도 자신의 인내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믿음과 행함이 하나 된 신앙

미국의 소저너스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작가이며 행동가인 짐 월리스는 자신이 복음주의적인 교회 안에서 성장하면서 산상수훈에 관한 설교를 단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다면서, 모든 초점이 바울 서신서들, 특히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주장에 맞추어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믿음과 행함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개신교의 이신칭의 교리는 그 둘을 분리했습니다. 행함을 강조하면 가차 없이 이단이라는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려던 것이 강조를 넘어 일종의 개신교 면죄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믿어도 아무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모순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상급론이라는 또 다른 교리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정당화하고 미래의 천국마저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하나님 나라에 관한 이해입니다. 예수님에게 하나님 나라는 비록 미래이자 동시에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현재시제와 미래시제를 분리해 하나님 나라를 미래 속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이 또한 행함이 없는 기독교를 만드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믿음과 행함이 갈라진 적이 없었습니다. 거기서 인간과 삼위일체 하나님은 다시 하나가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삼위 하나님은 영원한 목표이며 동시에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하나님의 역사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 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믿음과 행함이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는 인간을 치유하고 변화시켜 마침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구비해 줍니다.

'형제들의 처소'라는 뜻의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설립한 독일의 아놀드 장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믿음은 이론이 아닙니다. 교리나 체계적인 사상이나 빈틈없는 논리도 아니며, 어떤 종교 의식이나 조직체도 아닙니다. 신앙이란 하나님 그분 자신을 영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이 믿음이 힘겨운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또, 이 신앙은 우리가 인간적으로 볼 때 도저히 사람 간에 신뢰할 만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을 때조차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 줍니다.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며 무엇이 영원한 것인지 깨닫도록 우리 눈을 열어 주는 것도 이 신앙입니다. 또, 신앙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나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게 되고, 만질 수 없었던 것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복음은 생명의 진리입니다. 복음 안에는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새로운 생명으로 그에 반응하는 인간의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의 역사는 생생한 생명의 역사이며 동시에 인간에게는 참된 기쁨을 약속하는 기쁜 소식입니다. 복음 전파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참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며, 돈과 권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약함을 통해 역사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는 것입니다. 복음이 생명력과 능력을 잃은 이 시대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참된 인간의 모습과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