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리노이)

삶과 죽음의 언저리를 돌아보듯
뭍 끝자리에 주저앉은 얼음기둥이
빠끔히 풀려나와 해맑다
둥둥 떠다니는 겨울의 흔적들을 딛고
서성이는 갈매기떼
물을 열고 닫는 포구의 얼굴이 낯익다

저만치
훠이훠이 시간을 떼놓는 한 노인의 손끝이 떨린다
한 봉지 먹이로도 동그랗게 모여드는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머언 기억의 선처럼 이어진다
툭툭 손을 털고 돌아서는 노인의 눈빛이
던져놓은 시간만큼 넉넉하다

깊고 넓은 가슴을 지니고도
묵묵히 반쪽의 세상만을 그리는 수평선처럼
그 어느 것에도 휘어지지 않을 선 하나 되기 위하여
안으로 안으로만 소용돌이치며 꿈꾸었을 호수
고즈넉한 침묵의 틈새로 열린 하늘이 내려온다
눈물과 웃음이 녹아 한 웅큼 빛이 되는 이 계절의 끝에서
이제는
부질없이 꼬옥 쥐고 살았던 시간의 이름들을
하나, 둘 호수 위에 띄워 보낸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