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2:6-11

기독교를 패러독스의 종교라고 합니다. 패러독스를 우리말로 역설이라고 번역합니다. 헬라어 파라독소스(paradoxos)는 “의견이나 기대에 어긋난다.” 또는 “기이하고 놀랍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기독교는 상식적인 의견이나 상투적인 기대와는 너무나도 어긋나는 종교입니다. 사실 기독교는 세 가지 역설적 사건 위에 서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이 사람 되신 성육신(成肉身) 사건이요, 둘째는 하나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죄를 대신 지신 십자가 사건이요, 셋째는 그리스도가 죽었으나 다시 사신 부활 사건입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십자가의 역설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십자가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모든 일은 십자가 위에 있다. 매일 십자가에 죽지 않고는 생명과 평화를 얻을 수단이 없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바울은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다”고 선언했습니다(고전 2:2).
이성과 상식이 지배하는 시대에 십자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패러독스입니다. 그러나 이 역설의 십자가는 오늘도 인간을 구원하는 생명의 도로서 그 가치와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왜 십자가는 역설이며, 그 뜻은 무엇입니까? 

십자가는 하나님이 당하시는 수난이요, 죄 없이 받으시는 형벌이기에 역설입니다. 

십자가의 역설은 하나님의 두 속성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죄를 용납지 아니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범죄한 영혼은 죽는 것이 하나님의 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죄지은 인간의 종착역은 십자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죄인 된 사람에게 너무 무거웠고, 하나님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셨지만, 십자가를 무조건 면제해 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공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성육신(Incarnation)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완전무결한 해답이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밝힙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하나님 자신이 사람이 되어 죄값을 담당하시므로 하나님의 공의와 함께 사랑도 충족시켰던 것입니다. 

십자가는 대신 받는 형벌이기에 역설입니다. 

십자가는 사람의 죄를 하나님이 대신 담당하신 사건이었습니다. 남의 잘못으로 불이익을 당하면 억울한 일입니다. 하물며 남의 죄 때문에 내가 죽어야 한다면 얼마나 분하고 원통하겠습니까?
예수님은 어떠하셨습니까?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사 53:5-7).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하신 첫 말씀은 용서의 기도였습니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그는 자신을 죽이는 자들의 죄악까지 담당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죄인에게 의인의 자격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의   (義)란 죄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죄의 씨를 품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성경은“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인간 구원의 필수조건은 의였습니다. 인간이 죄의 대가를 치르면 구원에 필요한 의가 성립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신 지는 십자가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가 된”것입니다(롬 3:23).

십자가는 죽음이면서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기에 역설입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로 죄의 권세를 꺾었을 뿐 아니라 사망의 사슬을 끊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그리스도께서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시니 우리도 그 안에서 약하나 너희에게 대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 살리라”(고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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