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지음 / 꽃자리 펴냄(2016)

 

 

‘하루하루 사는 게 험산준령을 넘는 것처럼 고달프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더 넓은 지평이 보이겠지 하는 소망으로 버텨보지만 첩첩산중이다. 삶이 고달프다는 아우성이, 디딜 땅조차 없어 허공 위를 걷는 것처럼 허청거리는 사람들의 짓눌린 신음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아,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탄식이 흘러넘친다. 이러한 때 욥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욥기에는 영문 모를 시련으로 인해 내상을 입은 존재의 아우성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살갗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나는 것 같은 시련 속에서도 욥은 하나님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는 불경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님의 의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우리 시대의 욥은 누구일까?’(여는 글 일부)

이 책은 이 시대에 욥기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와 우리 시대의 욥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삶이 버거운 짐처럼 여겨지는 사람들, 운명처럼 닥쳐온 영문 모를 시련으로 인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사람들, 구조적인 폭력에 시달려 삶이 거덜 난 사람들, 미래의 꿈조차 저당 잡힌 채 현실 속을 바장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아름다운 세상은 그런 이들이 없는 세상’이라면서 저자는 욥기를 읽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일, 욥의 자리에 서 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픔의 자리에서 진저리를 치고 있는 이들에게 신학적 해석을 들이밀지 않고, 관견에서 벗어나 더 높고 먼 시선으로 우리 삶을 살피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잠시라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체 23강의 글에서 저자는 욥기의 구절들과 함께 ‘시인, 철학자, 극작가, 소설가, 인문학 교수, 실학자, 신학자, 화가, 과학자, 문명비평가, 정치가, 종교지도자, 의사 등 90여 명의 말과 글을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제1강(욥기를 읽는다는 것)에서 욥기를 개관한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악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단순논리로는 해명되지 않는 세상이 그들 앞에 있었던 것입니다. 욥기는 율법의 가르침이 부질없어 보이는 현실, 성전 체제가 더 이상 사람들을 위로하지 못하는 현실, 인습적 지혜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생의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기술된 것입니다. 아카드어로 "욥"이라는 말은 “하늘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뜻이랍니다. 욥의 존재 자체가 질문입니다.

욥기의 상당 부분은 전통적 지혜에 대해 끝없이 의문부호를 붙이는 욥과 그것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세 친구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복적 지혜와 인습적 지혜의 충돌이라고 할까요?‘(제1강 일부)

그리고 저자는 욥기를 읽을 때 네 가지를 염두에 두라고 당부한다.

'첫째, 하나님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욥의 친구들은 하나님의 대변자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욥은 땅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련이 부조리하다는 것입니다... 악한 자들이 벌을 받고 선한 자들이 상을 받는 것이 욥이 의지해 온 신학입니다. 그런데 그 신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욥을 힘들게 했던 것은 친구들이 끊임없이 작동하지 않는 신학을 가지고 그를 꾸짖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믿음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의 불행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그것이지요.'

'둘째, 욥기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까닭이 무엇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욥의 말보다 친구들의 말이 더 은혜스럽게 들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욥의 말이라고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의 말이라고 다 그른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지만 때로는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될 때도 있습니다.'

'셋째, 욥기의 주제를 무고한 자의 고난과 하나님의 정의로우심이라고 못 박는 것은 다의적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에 굴레를 씌우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갈 용기가 있느냐고 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이란 시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모두에게 혹은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답은 없습니다. 욥에게 닥쳐온 고난의 이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넷째, 욥을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과거의 인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형태와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 시대에도 욥은 있습니다. 욥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에 던져진 유한한 존재로서의 우리 삶의 실상과 만나는 것입니다. 삶은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합니다.'(제1강 일부)

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 김기석은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아슬아슬한 희망』,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요한복음 산책), 『광야에서 길을 묻다』(출애굽기 산책),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오래된 새 길』,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삶이 메시지다』, 『일상 순례자』 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예수 새로 보기』, 『예수의 비유 새롭게 듣기』, 『기도의 사람 토머스 머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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