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일, 크리스찬저널 편집부로 첫 출근을 했다. 2002년 여름 미국으로 이민와서 주변에서 권하는 스몰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가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한 뒤였다. 한 취업 상담자에게 이력서를 주자, 그녀는 대뜸 “이제부터 하나님 일을 하시지요.”라는 말을 했다. 독실한, 헌신적인, 열심 등의 수식어와는 무관한 신자였던 나는 구직이 시급했기에, 그녀의 말이 한가한 농담으로 들렸다. 그녀는 명함 한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었고, 그날 저녁 신문사에서 만난 대표 목사님은 다양한 교회 경력(?)과 한글 교정 능력이 마음에 든다며 일자리를 주셨다.

우연들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이후에 겪은 모든 우연들이 개인적으로는 기적이었지만, 실은 하나님 아버지의 이끄심이자 동행이자 기다리심이었다는 건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1978년 4월 문서 선교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창간 26년 수개월 무렵에 선교회에 몸담게 되었고, 오늘까지 지낸 세월이 15년을 바라본다. 입사 이전 26년여 역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그러나 몸소 겪은 십수 년 간의 일들은 영혼의 창고에 빠짐없이 들어 있다. 믿음, 사랑, 혹은 소망의 밑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광고 후원과 정기구독 후원에 힘입어 만들어진 ‘크리스찬저널’은 집배원의 손을 거쳐 독자의 집으로 일일이 배달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울 땐 페이지를 줄였고, 사정이 나아지면 페이지를 늘렸다. 인터넷과 SNS의 출현 이후 모든 지면신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크리스찬저널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간에서 월간으로 바꾸고, 다시 페이지를 줄여야 했지만, 주님의 메시지는 여전히 정기구독자, 후원자, 기독의료상조회 회원님들의 집을 찾아가고 있다. 발행인 목사님은 예수님의 재림 소식을 전한 다음 폐간할 거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문서 선교, 즉 복음 전하는 일을 마지막 날까지 멈출 수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손으로 신문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취재도, 편집도, 교정도 내 머리로 했다는 생각이 줄어든다. 만사가 기적으로만 느껴진다. 하나님이 주관하시면 재미의 유무, 지식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글들이 하나님의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을 늘 깨닫곤 했다. 필자님들의 1호 독자가 되어 글을 읽고 또 읽는 동안, 기사를 쓰고 번역을 하는 동안, 교정하고 편집하는 동안 나의 신앙의 키는 육안으로 식별이 안 되는 눈금만큼 자란 것 같다. 익히 지식으로만 알던 궁극적인 질문들에 나라는 존재를 던져볼 용기도 조금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조건 없는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오늘 기독교 작가 프레드릭 뷰크너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성경이 주는 답을 찾아 헤매지 말고 성경의 질문들에 귀를 기울이자. 우리 모두 오늘 중요하지만 내일 잊힐 질문들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일상에서 만나는 장소와 시간, 방법에 대한 질문들만 한다. 영원히 중요한 삶과 죽음, 그 의미와 목적, 가치에 관한 질문들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어서 뷰크너는 성경에 기록된 질문들을 열거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 16:26)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롬 8:31) 진리가 무엇이냐?(요 18:38) 내가 주의 영을 떠나 어디로 가며?(시 139:7)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눅 10:29)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눅 10:25) 당신이 묻고자 하는 바로 그 질문을 본 거라면, 성경이 말하는 답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적어도 답을 들을 수 있는 지점까지 온 것이다.”

며칠 전 기독교 영화를 감상하는 중에도 성경 속 질문 하나가 폐부를 파고들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교리 시험이었다면 주저 없이 답을 썼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그리스도, 나의 구세주입니다.” 그런데 믿음, 사랑, 소망을 구현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주님이 물으신 거라면?

그 답을 얻으려고 이곳에 몸담고 있는 것 같다.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 이 질문에 우리 모두라고 답할 수 있는지, 그걸 나 자신 그리고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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