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프다고, 몹시 아프다고
사람들은 꽃을 보내온다
제 뿌리마저 버리고 얌전히 따라온 꽃들
죽어서도 바쁜 그 꽃들을 보면
마음이 조금은 현란해진다
작은 슬픔 하나가 잽싸게 달려들더니
큰 슬픔은 염치도 없이 와락 안긴다
이 덩치 좀 봐, 떠밀어 낼 힘도 없는데
막무가내로 날 껴안고 있네

그가 아프다고, 오래 아프다고
사람들은 간간히 꽃을 보내온다
마음 구석구석, 집안 구석구석
슬픔의 응어리들 떠메고 사라지려고
사력을 다하는 양이 기특도 하다
종내는 기운 없는 꽃들만 남아
그와 함께 어렴풋이 웃는다(배미순 시인)


* 편집자 주 : 배미순 시인은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중앙일보」 시카고 중앙문화센터 원장 및 해외문학 편집주간을 역임했다. 지금은 영모사 대표이자 「시카고타임스」 편집장이다. 올해 출간한 시집 『꽃들은 바쁘다』 외의 저서로는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풀씨와 공기돌』, 수필집 『금 밖의 세상 만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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