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청년 여섯 자리 수 연봉 포기하고 식량 구조하는 비영리단체 설립

음식을 나르는 로버트 리와 동료들(사진 출처- RLC)

한 해 중 가장 기부를 많이 한다는 Giving Tuesday인 11월 27일 무렵, 미국 언론과 리더스 다이제스트, 미주 한인 신문이 '여섯 자리 수의 연봉을 포기하고 버려질 위기에 처한 음식을 구조해 홈리스들에게 제공하는 미주 한인'을 소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욕망의 무한성과 기사 제목의 선정성까지 고려해 여섯 자리 수의 연봉을 강조했을지 모르지만. 화제의 주인공, 27세의 로버트 리는 "거액 연봉을 주는 직장에서의 한 시간과 비영리기관에서 활동하는 한 시간의 차이는 엄청나다. RLC의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로버트 리와 그의 동료 루이자 첸이 창립한, 식량을 구조하는 비영리단체인 RLC(Rescue Leftover Cuisine)는 팔다 남은 음식, 멀쩡하게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질 위기에 처한 음식을 모아 홈리스들에게 가져다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로버트 리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버리게 된 음식의 “구조(rescue)”와 홈리스를 음식으로 “섬김(serve)”의 두 단어로 설명한다. RLC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는 통계 자료가 등장한다.

“UN에 의하면, 지구상 73억 명의 인구 중에서 9명 중 1명, 대략 8억5백만 명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만성적인 기아를 경험했다. 미 농무부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3억1천8백9십만 인구 중에서 7명 중 1명, 대략 4천9백1십만 명이 2014년에 식량 안보 불안정을 경험했다.”

“해마다 미국에서만 음식의 40퍼센트가 버려진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에 따르면, 해마다 1천6백2십억 달러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셈이다. 한 끼 식사비용은 전국 평균 2.79달러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8,064,516,129끼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 출처 - RLC

2015년 2월 보도에 의하면, 로버트 리는 '배고픔'이 뭔지 알 만큼 어려운 유년 생활을 보냈다. 한국에서 그의 아버지는 토목기사로, 어머니는 은행원으로 근무했지만, 미국으로 이민온 뒤 언어 장벽 등에 부딪혀 아버지는 생계 유지를 위해 슈퍼마켓 관리자로 근무했다. 로버트가 어렸을 때에는 네 식구가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뉴욕 시티에서의 초등학교 시절, 로버트 리는 점심 시간에 급우가 반쯤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로버트의 부모는 자신과 형에게 음식을 버려선 안 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기사를 통해, 로버트 리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그날 팔지 못하면 버려야 하는 음식 또는 식재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음식을 버리는 데도 돈이 들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일하자고 설득하고 있다."면서, "RLC와 협력하는 음식점은 뉴욕에만 30곳에 달하고 자원봉사자도 1,40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배달한 음식도 4만5,000파운드(약 20톤)에 이른다.”고 말했다.

2018년 현재, Rescue Leftover Cuisine는 뉴욕에 본부가 있으며, 16개 도시로 사역이 확장되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최근 기사에 따르면, 뉴욕 대학에서 재정과 회계를 공부하는 동안 로버트는 음식을 구조하는 대학 내 클럽인 '일석이조(Two Birds One Stone)'에 가입하여, 일주일에 다섯 번, 파스타와 야채 등 학생 식당에서 팔다 남은 음식들을 모아 근처의 홈리스 쉘터로 가져갔다.

로버트와 클럽의 동료 회원이었던 루이자 첸은 사업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식량을 구조하는 비영리단체에 관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콘테스트에서 승리해 1천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돈으로 2013년 7월, Rescuing Leftover Cuisine(RLC)을 설립했다.

처음 몇 주 동안, 로버트 리와 동료들은 스파게티와 미트볼을 기증받아 20여 명 정도에게만 저녁 식사를 제공했지만, 2년 만에 25만 파운드의 음식을 제공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J.P 모건의 분석가로 일했던 로버트는 시간 날 때마다 음식 기부를 약속한 뉴욕 시티 식당들의 네트워크, 가족이 경영하는 델리부터 스타벅스나 파네라와 같은 거대한 소매체인까지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며, 홈리스 쉘터로 음식을 배달할 자원봉사자들의 명단을 작성했다고 한다. 고액의 연봉을 주는 J. P. 모건을 떠난 로버트 리는 RLC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이다.

RLC는 올해 150여 개의 식당과 델리, 카페와 기업 식당들과 연계하고 있으며, 음식 수거와 전달은 철저히 자원봉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증하는 음식이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한, 음식 기증에 대한 법적 제약은 없으며, 음식 사업을 하는 이들도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약하고 세금 공제를 받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RLC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에게 음식 쓰레기를 줄이거나 없애는 일을 같이 하는 식당에서만 식사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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