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예배 시리즈(5)

사울의 제사

성경에서, 블레셋은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괴롭힌 나라이다. 블레셋은 함의 후손으로(창 10:14),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블레셋 사람들을 쫓아낼 것을 명하셨으나, 그때 쫓아내지 못하고 남겨두었다(수 13:2-3). 사울 시대에 요나단이 블레셋의 수비대를 치면서 그들과 전쟁이 시작된다(삼상 13:3). 이때 블레셋 군사는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았으며, 병거도 삼만이나 되었다.

블레셋 군사가 사울의 진영을 향해 오고 있었는데, 사무엘이 약속한 칠일이 지나갈 때까지 오지 않자 이스라엘 군사들은 흩어져 약 600명 정도만 남았다. 이에 다급해진 사울은 번제를 드렸는데 제사가 끝나자 사무엘이 도착했다. 길갈에 도착한 사무엘은 사울 왕의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하지 못하였다 하고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나이다”(삼상 13:12)라는 말에 왕이 망령되이 행했다고 책망했다. 또한“여호와께서 왕에게 명하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삼상 13:13,14)라고 두 번이나 말했다. 율법책에 따라 제사는 반드시 제사장이 드려야 하고, 사무엘이 전한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사울 왕은 하나님보다 블레셋 사람을 더 두려워하여 하나님의 법과 약속을 어긴 것이다.

 

사울의 두려움

하나님은 사울 왕에게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명하신다(삼상 15:1-3). 아말렉은 에서의 후손 중 한 종족이다(창 36:12).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출애굽하여 광야의 여정에 지쳐 있을 때 뒤처진 이스라엘 사람들을 쳤다(신 25:17-19). 이에 하나님은 모세에게 아말렉과 대대로 싸우라고 명하신다(출 17:16). 그리고 400여 년이 지나,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해 사울 왕에게 아말렉 사람과 짐승들을 다 진멸하라고 명하신다. 그러나 사울 왕은 아말렉 왕 아각과 짐승들 중 좋은 것을 살려두고 나쁘고 가치 없는 것만 진멸했다. 결국 사울 왕은 하나님의 명령 일부에만 순종하고, 다른 일부에는 불순종한다. 그럼에도 사울 왕은 사무엘에게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행하였나이다”(삼상 15:13)라고 말한다. 사울 왕은 하나님의 명령을 대부분 순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온전한 순종을 원하셨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내 귀에 들려오는 이 양의 소리와 내게 들리는 소의 소리는 어찌 됨이니이까?”하고 물었다. 사울 왕은 “백성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 하여 양들과 소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남김이요 그 외의 것은 우리가 진멸하였나이다”(삼상 15:15)라고 변명했다. 이어서 21절에서 같은 말로 변명하자, 사무엘은 사울 왕에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헛된 제사보다 인애를 원하신다(호 6:6; 미 6:8). 사울  왕은 사무엘에게 자기가 백성들을 두려워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고 말한다(삼상15:24). 하나님께 불순종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눈 앞에 있는 백성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 사람들의 평가나 판단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구약에서 죄인된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제사였다. 그러나 제사보다 더 좋은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것이다.

다윗의 물음

사울 왕이 하나님의 명령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여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삼상 13:14)라고 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이 바로 다윗이다. 역대상 14장에는 다윗 시대에 블레셋과 전투한 기록이 있다. 역대상 14:10에는 다윗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 드리는 내용이 나온다. 사울은 하나님께 묻지 않고 행동했지만, 다윗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 다윗은 “내가 블레셋 사람들을 치러 올라가리이까 주께서 그들을 내 손에 넘기시겠나이까”(대상 14:10)라고 물었고, 하나님께서는 “올라가라 내가 그들을 네 손에 넘기리라”(대상 14:10)라고 응답하셨다. 하나님께서 블레셋 군대를 다윗에게 넘기시기로 했으니 전투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11절에 다윗이 “하나님이 물을 쪼갬 같이 내 손으로 내 대적을 흩으셨다”고 고백한다. 이후 블레셋 군대가 도망가다가 버린 우상을 다윗이 모두 수거해 불태운다.

묻는다는 것은 모든 결정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의 결정에 온전히 순종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행동이다. 또한 묻고자 하는 그 일에 하나님의 역사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일이기도 하다. 블레셋 군대가 또 침입하자 다윗은 다시 하나님께 묻는다.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상황이다. 바로 전에 하나님의 응답을 받아 승리했으므로 앞선 전투와 같이 싸우면 될 텐데, 다윗은 먼저 하나님께 묻는다.

다윗의 물음에 하나님은 앞선 전투와 다르게 마주 올라가지 말고 뒤로 돌아 뽕나무 수풀 맞은편에서 기습 공격을 하라는 응답을 주신다(대상 14:14-15). 하나님께서 앞서 나아가 블레셋 군대를 치시겠다는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 말씀을 듣고 뽕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블레셋 군대를 기다렸다가 기습하여 두 번째 전투에서도 승리했다. 만약 다윗이 묻지 않았다면 복수를 다짐한 블레셋의 군대를 이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다윗은 급박한 순간에도 하나님께 묻고 응답을 받아 순종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상한 심령의 제사

사울과 다윗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99% 순종이 아니라 100% 순종을 원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죄성을 가진 우리가 100%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도로 성령님의 도움을 받아 하나님 말씀에 100%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을 하나님께서 받으실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다윗도 밧세바와 우리아의 일로 나단 선지자를 통해 그의 죄와 직면하게 되었다. 그때 다윗은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시 51:17)라고 고백한다.

칼빈은 “상한 심령”에 대해 자신의 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전적으로 무능한 자임을 절감하며 통회하는, 겸손한 마음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를 힘입어 담대히 하나님께 나아가지만(히 10:19), 자신의 공로로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는 자임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는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오는 자들을 기꺼이 받으시고 용서하신다.

성전에 기도하러 간 세리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처럼,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이다.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눅 18:13). 오늘날 교회의 예배에서 이처럼 상하고 통회하는 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