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성장” 6

“영적 성장” 여섯 번째 시간에는 “영적 침체”라는 주제를 함께 나눕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적으로 침체를 겪는 시기를 경험합니다. 신앙적으로 기쁨이 사라지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영적 침체를 돌아보면, 그것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

첫째는 영성가들이 말하는 “영혼의 어두운 밤”(the dark night of the soul)입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자라나는 단계에서 하나님이 사라진 것 같은 어두움을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십자가의 성 요한은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과 하나됨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고통스럽게 자신을 정화하는 단계라고 말합니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내 삶에 함께하시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영적인 기쁨이 사라지는 단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더욱 도약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입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의 예가 대표적입니다. 인도의 캘거타에서 병든 자와 죽어가는 자를 위한 사역을 했던 마더 테레사는 『나의 빛이 되어라』는 책에서 내면의 어둠을 고백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끔찍한 상실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둠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너무나 깊어서 제 마음으로도, 이성으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영혼 안 주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주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끔찍한 어두움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아침이 되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계속합니다. 이것이 성 요한이 이야기했던 영혼의 어두운 밤의 모습입니다.

마더 테레사의 영혼의 어두운 밤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특징을 발견합니다. 하나는 겸손입니다. 마더 테레사의 어둠은 교만과 세속적인 생각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겸손히 하나님을 의지하게 만듭니다. 테레사 수녀가 사람들에게 하는 기도 부탁 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제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고, 세상도 제게 아무 것도 아니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영혼의 어두운 밤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 내세울 것이 없음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께만 매달리도록 만듭니다.

마더 테레사의 어둠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특징은 하나님의 일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입니다. 마더 테레사의 서원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께 언제나 미소 짓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언제나 미소 지으며 “Yes”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마더 테레사의 서원입니다. 그래서 테레사 수녀는 이 끔찍한 어둠을 경험하는 순간에도, 아침이 되면 캘거타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이것은 영적 침체와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영적인 침체를 경험하면 하던 봉사마저 집어치웁니다. 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어둠과 회의 속에서도 묵묵히 주님께 미소를 지으며 순종합니다.

그래서 마더 테레사에게 영적 침체로 보이는 모습은 사실 더 겸손히 주님을 의지하고, 더 영적으로 자라나는 은혜의 통로가 됩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영적 침체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영적으로 성장하는 통로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영혼의 어두운 밤의 특징입니다.

우리 스스로 겪고 있는 것이 영적인 침체인가, 영혼의 어두운 밤인가를 구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의 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내 안에 하나님의 일에 대한 순종과 실천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내가 겪고 있는 것은 영적인 침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성장시키시려는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계속적으로 순종할 때, 어느 순간 영혼의 어두운 밤이 걷히고, 다시 사랑의 빛이 이전보다 더욱 강렬하게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경험할 때, 계속해서 순종하십시오. 사랑의 빛이 임할 때까지 하나님의 일에 더욱 열심을 내십시오.

 

영적 침체

그러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영적 침체는 무엇입니까? 이 개념을 가장 잘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16세기의 영성가, 로욜라의 이냐시오(Ignatius of Loyola)입니다. 이냐시오는 우리가 겪는 영적 침체를 “영적인 고독”(spiritual deso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의 특징은 우리의 영혼에 불안과 걱정이 일어나고, 기쁨과 희망이 사라지고, 무기력과 슬픔이 자리잡고, 하나님의 사랑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느낀다는 것입니다.

사실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롬 8:38-39), 영적 침체를 느끼는 순간에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겨져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적 침체는 한 마디로 나의 신앙생활에 은혜가 사라지고, 기쁨이 사라지는 경험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봉사나 섬김도 모두 그만두게 됩니다. 이것이 소위 시험 들었다는 경험입니다.

이냐시오는 이 영적 침체를 경험할 때, 빨리 대응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영적 성장이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응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이 영적 침체를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성인도 영적인 침체를 경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영적 침체를 경험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영적 침체가 찾아올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빨리 대응하고 영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영적 침체에 대응할 때 중요한 것은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적 침체를 가만히 돌아보면 크게 다섯 가지 원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원인을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육신의 연약함

육신의 연약함이 때로 영적 침체의 원인이 됩니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우리의 몸 상태에 따라서 영혼의 능력이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존스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육체적으로 약할 때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영적 침체의 공격을 받기 쉽습니다.” 우리의 몸이 과로하고, 피로가 쌓이고, 건강을 잃으면 영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적 침체에 대해서 이냐시오도 비슷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크게 은혜를 받을 때, 영적인 독서에 힘을 쓴 때가 있었습니다. 성경을 읽고, 영적인 책들을 읽는 것이 너무나 달콤해서 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하루 일과에 지장이 생기고 피로가 쌓이면서, 나중에는 오히려 영적으로 후퇴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영성은 전인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성은 우리의 몸과 정신과 영혼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한국의 영성가 유영모 선생은 자신의 영성 목표를 세 단어로 표현합니다. “몸성히, 맘놓이, 바탈 이뤄.” “몸성히”란 몸이 성해야 한다, 곧 건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맘놓이”는 맘이 놓여야 한다, 곧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이 편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탈 이뤄”에서 바탈이란 인간의 본성을 말합니다. 유영모 선생이 말하는 본성이란 얼의 본성, 곧 성령의 본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바탈을 이룬다는 것은 성령 안의 나로 변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유영모 선생의 영성은 3단계입니다. 먼저 몸을 성하게 하고, 그 다음 맘을 편히 하고, 마지막으로 성령의 나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은 몸과 정신과 영혼이 모두 건강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기본은 "몸성히"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가꾸어야 합니다. 때로는 잘 쉬어야 합니다. 잘 쉬는 것이 또한 영성 훈련입니다. 나를 건강하게 돌보는 것이 영적 성장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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