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나 쉼터에서 본 운해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로고스선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전 직원이 함께 모여 로고스채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로고스하우스를 방문하고 돌아온 첫 예배 때 받은 시편 104편 말씀이다. 지난 6월 6일부터 2박 3일  동안 로고스선교회 직원 연수의 일환으로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50분쯤 떨어진 라모나에 위치한 로고스하우스를 방문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주셨던 마음들이 새삼 이 말씀을 통해 되살아났다.

크리스찬저널, CMM 기독의료상조회, 로고스하우스가 속해 있는 로고스선교회는 매년 두세 차례 돌아가며 직원 연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로고스선교회 직원 연수는 빡빡한 일정에 따라 강연을 듣고 정해진 과제를 해내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통상적인 연수와 달리, 참가한 직원들에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둘러싸인 로고스하우스에서 자연과 더불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로고스선교회의 여러 사역과 비전을 이해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로고스하우스는 기독의료상조회 회원뿐 아니라 일반 성도들의 마음과 육체가 쉼을 얻고 영적으로 재충전되도록 돕기 위한 쉼터로서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2010년 샌디에이고 인근 120에이커의 동산에 지어졌다. 직원 연수 또한 이러한 배경하에 추진되었고 덕분에 말로만 듣던 로고스하우스에 짐을 풀고 간만에 자연을 만끽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시카고에서 반나절을 걸려 도착한 로고스하우스는 홈페이지에서도 잘 소개되어 있지만,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옛 선조들의 말씀이 실감 날 만큼 기대 이상이었다. 높은 언덕에 지어진 쉼터 곳곳에는 연못이 있어 알록달록 천연의 아름다운 색을 지닌 물고기가 요리조리 쉬지 않고 노닐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돗물을 바로 받아 마시는데 신기하게 단맛이 느껴졌다. 이 물은 지하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로 이미 수질검사를 통해 사람 몸에 이로운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식수로도 그 적합성이 인정되었다고 하니, 건강을 위한 쉼터로서의 첫 번째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로고스하우스에 도착한 우리 팀은 제1쉼터에 짐을 풀었다. 저녁은 장바구니 가득 봐 온 재료들을 으샤으샤하며 그럴싸하게 차려냈는데, 맛은 물론, 여느 레스토랑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의 한 면이 마당으로 통하는 큰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저녁 노을에 젖은 산봉우리들이 그대로 식탁의 맛을 더했다.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 숨어 있는 하나님의 지혜와 창조원리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느 선교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왜 아직도 엎치락뒤치락 공사 중일까...... 라는 질문에 하나님은 석양과 일출의 과정을 보이시며 이 모든 순간순간을 나는 예술로 보는데 너는 왜 너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느냐고 하시며 하나님은 지금 우리 모습 그대로를 귀하고 아름답게 여기신다고 했다.

자연은 제2의 성경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자연에 묻혀 있는 로고스하우스에서의 저녁은 서로의 지나온 삶을 나누며 하나님의 방법을 더욱 깊이 묵상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눈이 호강을 시작했다.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언덕 굽이굽이가 솜털 같은 구름에 덮인 장관이 방에 딸린 창문을 통해서 그 위엄을 드러냈다. 제1 쉼터를 따라 산책로를 내려가면 믿거나 말거나 푸른 빛을 띤 알을 낳는다는 닭들이 부산하게 닭장 안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닌다. 궁금증 많은 나는 이미 지난 밤에 냉장고에 모셔져 있는 푸르스름한 달걀을 확인하고 맛도 보았던 터라 더욱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오히려 닭들은 나를 본 체도 하지 않는다. 닭장 옆으로 아담한 게스트 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는 현재 가족 단위의 ‘샌디에이고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양옆으로 줄지어 선 나무들 속에 달려 있는 잘 익은 자몽과 레몬으로 입안 가득 싱싱함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불에 그을린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예배실이 있는 기도원에 걸려 있는 십자가다. 이 십자가에 얽힌 사연은  로고스하우스가 한창 건설 중이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라모나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집들이 전소되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한창 건축 준비 중이던 로고스 하우스는 불길이 비껴갔고 덕분에 지금의 로고스하우스가 완공되어 많은 성도들의 영적 쉼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십자가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기억하기 위해 그때 불에 그을린 나무로 만든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기도원 내부는 방문 당시 텅 비어 있었음에도 영적 따스함이 느껴졌다. 이 기도원은 넓은 예배실뿐만 아니라 숙박시설을 겸비하고 있어서 청소년과 청장년들을 위한 각종 교회 수련회 장소로 적합하며, 제2 쉼터 또한 청장년 및 교회 수련회용으로 잘 정돈되어 있어 이미 한 번 다녀간 교회에서 매년 이용 요청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부족한 내가 봐도 당연히 그러하겠구나 싶었다.

로고스하우스를 다녀오며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님의 섭리는 이곳 쉼터 앞에 펼쳐진 자연만큼이나 신기하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길처럼 우리 삶도 굽고  뻗은 길을 돌아, 이 자리와 이 만남 가운데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인도가 놀랍고, 웃고 우는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게 하심이 놀랍다.

세상 기준으로 보면 분명 웃는 일은 좋은 일이고 우는 일은 나쁜 일인데 하나님의 기준은 뭘까? 사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하나님 없이 겪는 모든 일이 저주가 아닐까? 반면에 하나님 안에서, 구원의 축복 속에서 겪는 것이라면 내 몸이 좀 고단하고, 내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서, 내 안의 갈등과 북적거림이 다스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려움까지도 내게 능력되어 나타날 것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은혜요 감사가 아닐까? 나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을 돌아보며 나만의 새로운 축복의 정의를 내려본다.

천둥번개가 칠 때 공기 중에 있는 질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식물에 유용한 산화질소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래서 천둥번개가 지나고 나면 식물이 쑥 자라나고 풍년이 오게 된다는 하나님의 섭리는 깊이 생각해 볼 만하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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