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예배 시리즈 (13)

 

종교개혁 이후의 예배

교회사에서 성경적 예배의 참 모습을 보인 때는 언제였을까? 종교개혁 시대에는 종교개혁자로 대표되는 루터, 쯔빙글리, 칼빈에 의해 기존 예배의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변화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재현 및 성상의 사용 금지, 주님의 만찬 또는 성만찬으로 미사 변경, 사제 대신 목사라는 칭호 사용, 성자 축일 폐지, 성만찬 사제 의복 폐지 등이었다.

그 중 성만찬 중심의 라틴어 미사가 말씀 중심의 자국어 예배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성만찬 중심의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임재와 연합을 추구했다. 성물인 빵과 포도주가 사제의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살과 피, 즉 성체가 되며, 이에 그리스도께서 자동적으로 임재하신다는 화체설(The doctrine of transubstantiation)을 믿었다. 당시의 미신적이고 사제중심적인 미사는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상징적으로 변화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의 중심 사상은 라틴어로 Sola scriptura(오직 말씀으로)라고 할 수 있다. 루터가 로마서 1:17 말씀을 통해 의인은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 말씀의 무게 추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종교 개혁 이후의 예배에선 말씀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추구되었다. 주일에 설교를 길게 했을 뿐 아니라, 매일 아침저녁 설교와 말씀 강론을 했는데, 루터는 5개월간 195번 설교를 했고, 칼빈은 신명기만 200번 설교를 했다. 시편 찬송을 추구하여 마틴 부처(Martin Bucer)는 1539년 종교개혁자로는 처음으로 시편 찬송을 출판했다.

칼빈은 초대교회 예배가 성경적 예배의 표준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칼빈의 예배 개혁은 초대교회 예배로의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초대교회 예배의 특징은 그리스도 사건에 뿌리박은 것으로,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및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었고, 말씀은 구약 선지자들의 예언 성취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로버트 웨버 박사는 기독교 예배의 내용이 구약의 성취,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 승천, 재림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만찬을 통해 그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고 미각적으로 맛볼 수 있으며, 설교를 통해 청각적으로 들을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성만찬과 말씀을 통해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칼빈은 매주 말씀과 성만찬을 통해 영적인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성도들간의 연합, 영적 성장과 종말론적인 하늘의 축제를 실현하길 원했다.

초대교회의 케리그마

초대교회의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하는 케리그마(Kerygma)였다. 초대교회 이전에도 요나나 이사야 선지자의 복음 선포, 즉 케리그마가 있었다. 케리그마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행위로서의 선포와 구속사적 사건의 내용으로서의 선포를 포함하며, 이 선포에 대한 듣는 자의 반응을 동반한다. 즉, 복음 선포를 통한 회개의 부름과 믿음의 고백이 요구된다(고후 5:19-20, 눅 10:16).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스데반의 설교, 바울의 설교 등에서 나타나는 복음의 선포가 그것이다. 사도들의 케리그마는 늘 예수님의 부활을 앞세웠는데, 부활이 바로 케리그마의 내적 권위였기 때문이다(롬 8:24, 고전 9:1, 15:11-19, 빌 3:10, 살전 1:9-10).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려면 성령님의 능력이 동시에 필요했다(고전 2:4, 3:17-18).

오순절 당시 베드로는 장차 오실 메시아에 대한 요엘 선지자 등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음을 강조했다. 베드로의 설교는 메시아를 기다리는 유대인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반면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죽으셨고, 부활하셨다는 복음을 강조해 이방인들의 전도에 비중을 두었다. 이들의 설교에는 초대교회의 정체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고대하는 종말론적 신앙이 반영되어 있었다. 현대 교회에서도 케리그마적 설교를 들을 수 있을까? 부활절 전후를 제외하곤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부흥』이란 책에서 죽은 정통주의에 빠진 교회 예배의 특징으로 생명력 없는 형식적인 예배, 보편적인 메시지, 성령님의 자리가 없는 것을 꼽았다. 존스 목사는 보편적인 메시지에 대해 “죽은 정통주의 예배는 특별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편적으로 약간 고무시켜 주길 원하며, 보편적으로 자기들에게 도움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신앙관의 특징은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과 같은 제목으로 대변될 만큼 우리에게 부분적으로 도움 되는 것을 듣길 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죽은 정통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성경구절로 존스 목사는 “우리에게... 부드러운 말을 하라” (이사야 30:10)를 인용했다. 또한 보편적인 메지지의 특징을 보여 주는 성경구절로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 (예레미야 6:14)를 들었다.

존 파이퍼 목사는『열방을 향해 가라』(Let the Nations Be Glad)라는 책에서, 그리스도보다 그리스도가 주시는 선물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하지 말고, 그리스도를 얻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는 것을 선포하라고 번영신학 설교자들에게 경고한다.

초대교회 예배의 요소

중세 로마 가톨릭 미사의 본질이 미신적이고 사제중심적으로 변질되어 성경적인 의미로의 성만찬 회복이 필요했듯이, 종교개혁 이후 설교를 통한 말씀 중심의 예배가 현대에 이르러 보편적 메시지와 번영신학에 기초한 설교로 변화됨에 따라, 케리그마적 복음 선포의 회복이 필요하게 되었다. 초대교회 예배의 핵심인 성만찬과 말씀 요소들이 성경적으로 회복되어야 미래 예배에 소망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서기 150년 로마에 있었던 초대교회의 주일예배 순서에 대해 순교자 Justin(A.D. 150)가 묘사한 내용이다.

예배는 성경 읽기로 시작된다. 감독관(대표)이 앉아서 설교한다(당시 회당의 관습, 눅 4:20). 설교 후에 사람들이 일어나 중보기도를 아주 길게 한다. 이어서 집사가 기도 제목을 나누고 개인적으로 조용히 기도한다(가끔 기도에 음조를 넣기도 함). 감독이 마무리 기도를 하고 회중은 바울의 권고대로 “아멘”하고 화답한다(고후 1:20). 서로 평화의 입맞춤(남자는 여자에게 입맞춤을 하지 않음)을 하며, 그리스도의 지체됨을 고백하고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성만찬을 나눈다. 성만찬 중에 하나님께 창조와 대속, 그리고 악에서 구원하심에 대해 감사 기도를 드린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만찬을 위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왔으며, 성만찬에 offering(제물, 헌신, 순종), remembrance(기념), communion (연합)의 의미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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