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저널
> 신학·영성 > 느끼기+생각하기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속담 중에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채긍병  |  버지니아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2.04  06:00:2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최근 공사한 어느 집에서 회사로 전화했다. 내가 그 집에서 공사를 하면서 그 집으로 배달된 물건 하나를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전화였다. 이십 여 년간 같은 회사의 하청업자로 일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회사는 안 가져갔다는 내 말을 온전히 믿는 눈치지만, 손님은 계속 나를 의심하는 모양이어서 난감하다. 이럴 때 배째라식으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속담 중에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외(참외)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같은 뜻의 말도 있다. 오해 받기 딱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오해를 받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도둑 맞았다면 거의 가까이 있는 사람의 짓이 분명하다는 거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이었을 때의 일이다.

옆자리의 친구가 만년필을 잃어버렸다. 아버지가 해외에서 사다 주었다는 만년필이었다. 당연히 내가 오해를 받았다. 세상에 그렇게 황당한 경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억울했다. 다른 친구의 가방에서 나왔기에 망정이지 평생 그 친구에게 오해를 살 뻔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말이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이다. 그러나 내 경우를 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범죄의 경우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의 짓인 경우가 많다. 가까운 데서부터 범인을 찾아야 하는 데 대개는 엉뚱한 곳을 헤매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을 살필 수 있는 초동수사가 중요하다고 한다. 얼마 전 축구 명장이라는 어느 학교 감독의 성추문이 화제였다. 추문이 사실이라면 인면수심이다. 여기서 피해자들은 모두 근자지소행에 당한 것이 된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 할지라도 먼 데 있는 사람에게 당할 확률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당할 확률이 몇 배로 높다.

시골 속담에 ‘동네 처녀 예쁜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냇가에서 홀딱 벗고 멱감고, 남자애 여자애 구분없이 몰려 다니며, 뱀이며 개구리를 잡으며 컸기 때문에 예쁜 줄 모르고 다른 동네 여자애들을 기웃거리다가 정작 다른 동네 총각이 그 여자애를 채 가고 난 후에야 그보다 더 예쁜 애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땅을 치며 후회 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주변을 보면 이 또한 그리 일리 있는 속담이 아니다.

우선 큰 누님은 바로 아랫집 총각과 눈이 맞아 결혼했고, 작은 누님은 큰 길 건너 총각과 결혼했다. 나는 건너 마을 처녀와 혼인했다. 30여 분 거리의 건너 마을이지만 이도 확대 해석하면 같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교회에 도둑이 들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는 동안 예배당을 제외한 교회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가방이 있으면 모두 뒤져서 현금을 훔쳐갔다. 며칠 후 또 도둑이 들었다. 이번에는 평일에 창문 한 장을 깨고 들어 와 대형 TV를 훔쳐 갔다. 보안 화면을 돌려보니 십칠팔 세의 흑인 청년이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장면이 있어 경찰이 쉽게 범인을 잡았다.

교회의 길 건너 아파트에 사는 무직의 청년이었다. 근자지소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소속된 교회 건물 관리위원회에서는 교회 경계에 모두 울타리를 치기로 했다. 교회 앞쪽은 예쁜 빨간 벽돌로, 교회 오른쪽 길가로는 나무 울타리를 그리고 주변의 집들과 아파트의 경계에는 철망으로 된 울타리를 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교회 주변 어느 곳으로든 교회 진입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오직 정문과 후문으로만 교회를 들어 올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 사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견물생심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다. 같이 살아야 할 이웃의 청년들이 교회의 물건들을 훔쳐서 감옥에 들어가는 상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나저나 엊그제 관리위원회의 어느 위원 부인이 “채 집사님, 금년에는 제발 좀 일거리를 마구마구 만들어내는 일을 자제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는데, 이제 그 부인의 얼굴을 다시 보기는 틀렸다. 교회는 예산을 절약하고, 우리는 하나님께 충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안할 수 없다.

채긍병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오래된 기억이 말을 걸어왔다
2
선한 영향력
3
“미래를 향해 함께 갑시다”
4
내 인생의 찬송가
5
이게 우리 엄마야 맞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315 Sanders Road, Northbrook, IL 60062   |  Tel: (773)777-7779  |  Fax: (773)777-00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SAMUEL D PARK
Copyright © 2013 The Korean Christian Journal.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cj@kcj777.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