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와 이 씨는 학교 동창이었다. 한 동네에서 태어나 그 마을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는 둘 다 진학할 형편이 못 되었다. 20년 넘는 죽마고우였다. 한 사람이 점심을 싸오지 못하면 서로 나누어 먹었다. 때때로 경쟁심도 있었지만 그런 건 우정에 가려서 노출되지 않았다. 학교 성적은 두 사람 다 중상위권이었고, 석차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군대에 갔다. 김 씨는 육군사병으로 훈련이 지독하다는 공수부대에서 복무했다. 이 씨는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였다. 

제대한 뒤 둘은 가업을 이어받았다. 김 씨는 물고기 잡는 어업을 했고 이 씨는 운수업에 종사했다. 각각 사업의 규모가 조금씩 커갔다. 게다가 두 사람의 협력으로 수산물 운송비를 꽤 많이 절감했고 서로 혜택을 보았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당초 김 씨는 미스 박과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 동네에서 나서 자랐고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청혼을 거절당했다. 그런데 얼마 뒤 이 씨가 그 미스 박과 결혼했다. 

김 씨는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홧김에 저 넘어 동네 사는 미스 최에게 청혼, 결혼에 골인했다. 미스 최는 미스 박과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다. 이때부터 김최 가정과 이박 가정에는 경쟁심과 질투심이 독버섯처럼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쪽이 냉장고를 사면 저쪽은 더 좋은 최신형을 샀다. 저쪽이 아파트를 사게 되니 이쪽은 더 넓고 바깥 풍경이 좋은 아파트를 샀다.   

무한경쟁은 김 씨와 이 씨의 사업에까지 연장되었다. 어떤 날 두 남편이 주먹을 휘두르며 말다툼을 했다. 수산물 운송이 늦어서 물건이 상했다는 김씨의 불평이 발단이었다. 그 일로 이 씨는 김 씨네 수산물 운송을 거절했다. 김 씨는 기다렸다는 듯 다른 운송회사에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 아들과 이 씨 아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싸움의 발단은 엄마들의 말이었다. “너네 아빠가 우리 엄마하고 결혼하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너네 아빠보다 우리 아빠가 더 좋아서 결혼했단다.”

작은 이 씨의 말에 작은 김 씨가 대들었다. 두 중학생 모두 태권도로 상대방 급소에 아낌없는 공격을 날렸다. 몇 차례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무승부였다. 아이들 말을 듣고 부모들이 더 펄펄 뛰었다. 서로 상해죄로 법정에 고소했다. 명예훼손까지 추가되었다. 소송에 이기려고 상당히 버거운 비용과 시간을 낭비했다. 경쟁과 협력의 싸움에서 경쟁이 단연 우승하는 것 같았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판사는 최종언도를 내리기 전에 화해를 적극 권고했다. 화해하지 않으면 두 소년의 마음을 칼로 반쪽씩 잘라내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고 했다. 두 엄마는 그 말에 엉엉 울었다. 그리고 머리를 끄덕였다. 솔로몬의 명 재판을 연상시켰다.

대표 저서 :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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