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음악 이야기(8)

이번 호부터 성가대 세미나와 합창단에서 받은 질문들과 음대의 오케스트라 클래스에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일문일답의 형식으로 드리고자 합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사항들이 있었다면 궁금증이 풀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질문들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질문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우선 음대에서 받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드리고, 이어서 성가대원과 합창단원들에게서 받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Q 1) 잘 숙련된 단원이 하나, 둘, 셋, 넷 하고 시작하면 이미 박자의 속도가 형성되어 지휘자 없이 연주할 수 있는데도 왜 지휘자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 

A) 지휘자의 역할은 팔을 젓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연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박자의 변동이 없다면, 지휘자 없이도 연주가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음악 표현에는 노트만 있는 게 아니고, 크레센도, 디크레센도, 템포의 변화, 느낌의 변화 또는 크게 작게, 더 크게, 더 작게, 점점 더 빨리, 특정한 곳에 액센트 등 다양한 부호들을 동반합니다. 작곡가의 사상과 감정을 노트에 담기 때문에 컴퓨터나 시계바늘처럼 일정한 속도로 연주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의 몸 동작과 얼굴 표정이 의도하는 대로 연주자들이 따라야 ‘음의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휘자는 무언의 표정과 몸 동작으로 곡의 느낌과 특성을 연주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곡을 분석해야 합니다. 작곡자의 의도를 알아야 하고, 작곡 테크닉이 전통적인지 비전통적인지, 작곡자의 특색은 어떠한지, 곡의 이론적, 역사적 바탕은 무엇인지, 화성법, 대위법 등을 공부해야 합니다.

지휘자는 공부하고 분석한 내용을 무언의 몸동작과 표정에 담아 이야기하고 지시합니다. 단원들은 그 지시에 맞추어 소리의 느낌과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지휘자 없이 연주자들끼리 이런 일을 해낼 수 없습니다.  연주자들의 연주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사람이 있고, 없고가 엄청난 차이를 불러옵니다.

Q 2) 오케스트라 연주회때 청중석에서 보면, 연주자들은 지휘자를 보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지휘자는 혼자 요란하고 현란한 몸 동작을 하는 걸까요? 그리고 지휘자가 되는 과정을 알려 주세요.

A)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지원하는 음악가들은 고도의 음악적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눈, 귀, 팔, 손가락의 움직임이 고도로 숙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악보를 보면서 동시에 지휘자의 지휘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눈은 몇 가지 다른 동작들은 한 번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숙련된 사람은 더 많은 것들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중석에서는 연주자들이 지휘자를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고개를 들어 지휘자를 쳐다볼 때가 있습니다. 급박한 감정 변화, 템포의 갑작스런 변화가 있을 때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제외하고, 연주자들과 지휘자는 눈 외의 감각기관으로도 교감합니다.

지휘자의 통솔을 받아야 하는 곡들은 심포니, 대합창곡 혹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오페라와 뮤지컬입니다. 그러한 곡들은 방대하며 길이 또한 깁니다.

이러한 음악에는 다양한 감정표현(기쁨, 슬픔, 흥분, 격노, 행복, 유머 등등)이 필요합니다. 팔 동작만으로는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서, 머리, 눈, 입, 어깨, 팔, 손가락, 무릎 등을 모두 사용합니다. 지휘에 대해 잘 모르면, 지휘자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초 지식을 갖춘 청중은 지휘자가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여부를  대번에 압니다. 또한 지휘자와 연주자의 교감이 잘 이루어졌을 때 청중을 감동 시킬 수 있습니다.

지휘자가 되려면 대학에서 지휘자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그전에 어릴 때부터 연마한 악기 전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피아노는 전공 필수이며, 피아노 외의 악기도 전공하여 전문적으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 악기 중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물론 전공한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악기 연주에 자기의 혼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저절로 생깁니다. 여기에는 탁월할 표현력도 포함됩니다. 

모든 작곡자들은 스케일에 바탕을 두고 작곡합니다. 음악적 표현은 스케일의 테크닉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스케일 연습은 모든 악기들의 필수적인 기초 훈련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악기 하나를 전공하는 것이 바로 지휘의 기초 훈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반복 훈련으로 온몸에 밴 음악이 지휘자의 팔 동작과 몸 동작을 통해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크고 작은 대학교들이 많지만, 전문 지휘자를 양성하는 대학은 적습니다. Juilliard School, Manhattan School of Music, Peabody Conservatory, Mannes school of Music, Cleveland Institute of Music, Curtis Institute, Eastman School of Musi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이렇게 8개가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학교들은 전 세계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입학 오디션도 어렵고, 공부해야 하는 과정 또한 무척 힘들고 어렵습니다. 악기들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수십 명이 선발되는 데 비해, 지휘는 한 명 때로는 두 명만 선발됩니다. 

그 이유는 학생에게 수십 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악기는 얼마든지 혼자서 연습할 수 있지만, 지휘는 오케스트라 혹은 합창단등 많은 연주자들이 함께 해야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Cleveland Institute of Music에서 전문 지휘자 과정을 밟았는데, 제때 졸업하지 못하고, 한 학기를 더 공부해야 했습니다. 이유는 프랑스어 때문이었습니다. 지휘자 과정 중에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는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입니다.  이 세 가지 언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 언어는 곡을 해석하는 데, 특히 오페라를 분석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다른 몇 개 대학들은 세 가지 언어를 모두 이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임상실험을 많이 해야 하는 의과대학에 한정이 있듯이, 전문 지휘자를 양성하는 대학 또한 매우 적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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