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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보호교회를 소개합니다“교회가 여러분의 피난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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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9  04: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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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2015년 9월 2일,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터키 서부 해안도시 보드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이었습니다. IS의 위협을 피해 터키로 넘어가 다시 그리스로 가려다가 풍랑에 의해 배가 난파된 것입니다. 이때 한 신문 기사가 제목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세 살 아이 받아준 곳, 천국밖에 없었다.”

그 아이가 찾던 것은 혹 은혜 아니었을까요? 은혜가 없다는 것은 “여기는 당신이 있을 장소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은 안 됩니다. 여자는 안 뽑아요. 이혼했으면 안 됩니다. 전과자는 가세요. 서류미비자는 안 돼요.” 비은혜(graceless)의 세상에서는 자격이 있어야 자리를 내어 줍니다. 반대로, 은혜의 세계에서는 자격 없는 자에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미국 땅에 1천 2백만 명이 넘는 서류미비자들이 있습니다. 모두 신분상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땅에서 삶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이들입니다. 다카(DACA) 신분의 청소년들을 비롯한 모든 서류미비자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다름 아닌 ‘내가 있을 삶의 자리(장소)가 없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들이 마음 놓고 일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장소가 이 땅 어디에도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입니다. “Go back to your country.” 우리가 어쩌다 듣는 이 말이 서류미비자들의 귓전에는 매일 울려 퍼집니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자격 없는 자에게도 자리를 내어 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전하고 보여 주는 일 아닐까요?

이민자보호교회는 이 땅의 서류미비자들을 비롯하여 어려움에 처한 이민자들을 돕는 교회의 연합 운동이자 네트워크입니다. 물론 서류미비자들을 돕는 단체나 기관은 이미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민자보호교회는 교회가 시민단체와 법률가들과 연대하여 이 일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운동입니다.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이 가진 전문성과, 교회가 가진 인적, 물적, 영적 자원이 만나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겠다는 하나의 목적을 향할 때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이민자보호교회 운동은 본래 1980년대 중남미로부터 이주한 난민들을 위해 교회가 피난처를 제공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이민정책이 강화되고 서류미비자들 단속이 심해지면서 이 운동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인 사회에서는 2017년 3월, 뉴욕과 뉴저지의 목회자 몇 명이 시민단체와 변호사들과 함께 이민자보호교회의 발족을 알렸고, 이후 지난 3년 동안 서류미비자들과 다카(DACA) 청소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민자보호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도피성’ 제도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빌려온 운동입니다. 민수기 35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레위 지파에게 6개의 성읍을 마련하여 도피성(cities of refuge)으로 만들라고 하십니다. 살인자라도 도피성으로 피하면 누구도 쫓아와 보복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고의가 아닌 살인이 더 큰 보복으로 악순환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아무리 범죄자라도 정당하고 공정한 재판 과정 없이 죽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한 제도였습니다.

이민자보호교회는 현대의 도피성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추방 위기에 놓인 서류미비자가 최후 수단으로 교회로 피신할 경우, 교회는 그를 위해 예배당을 보호처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민국에서 체포 목적으로 들어가기 ‘민감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는 세 곳이 있는데, 바로 학교와 병원과 교회입니다. 필자는 필라델피아에서 추방 위기에 놓인 서류미비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교회를 탐방한 적이 있었는데, 무려 6개월째 한 가정이 교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교회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도피성 같은 교회였습니다.

물론 이민자보호교회가 이런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긴급한 상황(추방)에 놓인 분들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현재 수많은 다카(DACA) 신분의 청소년들이 이 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영어가 편하고 미국을 자신의 나라라고 믿는 청소년들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이민자보호교회는 이들이 이 땅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도하며 돕고 있습니다.

이민자보호교회는 서류 미비 상태에 놓인 분들을 위해 무료 법률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신분 문제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경기부양책에 관한 상담 신청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서류미비자들은 물론, 최근 코로나 사태로 힘들어지고 위축된 이민 사회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일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민자보호교회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품이 넓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이 땅에 서 있을 장소 하나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자격 조건을 묻지 않고 베푸시는 은혜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밤 늦은 시간에 교회 앞으로 술 취한 여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 ‘교회 옆에 술집 여자들이 산다’고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그 중 한 분이 갑자기 제게 오더니 기도하고 가도 되느냐고 묻더군요. 당황스러웠지만 두 분을 지하 기도실로 인도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기도실 밖에서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기도하고 있는지, 기도실 바닥에 토한 건 아닌지, 혹시 뭘 훔쳐 가는 건 아닌지... 궁금함을 못 참고 문을 살짝 열어 보았습니다. 거기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도하는 두 여자분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정말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흐느끼며 기도하는 두 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우리 교회에 나오시라고 전도 아닌 전도를 했을 때, 그들이 한 말 또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교회 오면 교인들이 싫어해요...”

그때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없었던 고등학생이 이제 목사가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그들이 같은 말을 내게 한다면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여전히 이 땅의 교회들은 자격을 묻습니다. 자격 없는 나를 구원해 주신 은혜를 받은 우리가 누군가의 자격을 묻습니다. 신분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불법 체류자”라는 말로, 마치 범죄를 저지른 이처럼 여깁니다. 자격 없으니 떠나라고 쉽게 말합니다. 이 땅 어디에서 우리는 은혜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시카고에 이민자보호교회 네크워크가 출범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입니다. 은혜를 보여 주는 일입니다. 자격 없는 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시는 그리스도의 은혜입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교회가 여러분의 피난처가 되겠습니다.”

시카고이민자보호교회 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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