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하지는 6월 21일이다. 이날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다. 낮 시간은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하지에서 동지까지를 소(消)라 하고 동지에서 하지까지를 식(息)이라 하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져서 소식(消息)이 된다. 소식의 주어는 낮의 길이이다. 낮의 길이가 한 번 짧아지고 한 번 길어지면 1년이 지났고, 춘하추동의 계절이 바뀌었으며, 그에 따라 만물이 생·장·수·장(生·長·收·藏)으로 바뀌었다. ‘무소식(無消息)’은 떠나간 후 시간이 흘러 무엇인가 바뀌었을 터인데, 그 바뀐 내용을 알려 주지 않으니,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과 같다는 뜻이다.

정약용(1762~1836)이 ‘하지’를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달은 삼십일 동안에
둥근 날이 겨우 하루
해는 일 년 동안에
가장 긴 날이 겨우 하루
성과 쇠는 비록 서로 이어지나
성할 때는 언제나 후딱 지나가지

月於三十日(월어삼십일)
得圓纔一日(득원재일일)
日於一歲中(일어일세중)
長至亦纔一(장지역재일)
衰盛雖相乘(성쇠수상승)
盛際常慓疾(성제상표질)

약용의 마지막 싯구처럼 우리들 삶의 하지, 우리들의 성제(盛際)는 후딱 지나갔다.담아 채움에서 이제는 꺼내어 비움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 매기, 마늘 및 보리 수확,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등을 모두 이때 해냈다.

또 이 무렵 비가 자주 온다. 지나가는 구름마다 비가 들어 있다고 했다. 요즘 비가 자주 제법 내리듯이, 하지가 지나면 모내기가 늦어진다. 그래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고 이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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