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8월쯤 글쓴이는 한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교육을 받느라고 분주했다.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때까지였다. 두 달 조금 넘는 기간이었다. 그때 가장 이상했던 것은 ‘아버지 동무, 어머니 동무’였다. 모든 사람을 동무라고 부르는 평등 중심의 교육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어른들 가운데는 세상이 망하려니 별 일 다 있다고 숨을 삼키며 투덜대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익숙해지니까 별 것 아니었다.

중학생 때 교회에 처음 가니 새로 쓰는 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예배, 찬송, 성경, 기도, 아멘, 부활주일, 주일학교, 하나님 아버지, 구주 예수, 성령... 그 가운데 “나중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된다.”는 예수님 말씀도 들어 있었다. 어린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어린이 된다는 뜻 아닌가. 공산당 정부보다 한 술 더 뜨는 말 같았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일들이 성경 전체에 무척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 사건이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의 꿈이다. “형님들, 내가 꾼 꿈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셔요. 우리들이 밭에서 곡식단을 묶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묶은 단이 우뚝 일어서고, 그 다음에 형들이 묶은 단들이 내가 묶은 단을 삥 둘러서서 절하지 않겠어요?”(창 36:5-7).

이 꿈 때문에 요셉은 죽을 뻔했다. “저기 봐라. 꿈꾸는 자가 오고 있다. 그 놈을 죽여 한 구덩이에 던지고 악한 짐승이 물어갔다고 아버지께 보고 드리자”(창 38:18-20). 형들이 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는가. 후일 이집트 총리가 된 요셉으로 인해 모든 가족이 살아남게 되었다. 그 꿈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성경의 큰 인물 다윗도 첫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 이새의 여덟 번째 아들이 이스라엘 역사의 위대한 왕이 되었고 기독교 신앙에서 매우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삼상 16:11). “아브라함의 아들, 다윗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이와 같다”(마 1:1).고 했다.

그런데도 한국 교회에선 ‘서열’이 중요하다. “그 사람은 나보다 이 교회에 늦게 들어왔지 않습니까.” 신규집사 후보에서 자기가 왜 빠졌느냐는 항의를 담임목회 해본 사람들은 흔히 듣는다. 그 직분이 권사나 장로쯤 되면 더욱 격렬한 항의를 받는다. 실로 한국교회나 해외한인교회는 ‘서열’ 때문에 심한 투통을 앓고 있다.  

같이 집사 임명을 받은 다른 사람이 먼저 권사나 안수집사가 되면, 받지 못한 사람이 팩하고 다른 교회로 옮기는 일들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같이 안수집사 직임을 받았는데 다른 사람은 장로 후보가 되고 자기가 빠지면 탈이 나기도 한다. 성경말씀보다는 유교의 장유유서(長幼有序) 곧 어른과 어린이는 서열이 있다는 삼강오륜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아유, 아주 잘 되었어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믿음도 부족하고 헌신도 많이 못했지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서 목회에 큰 힘이 된다. “정말,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말씀 그대로네요. 주님 뜻대로 살아야지요.” 자기보다 늦게 된 안수집사가 먼저 장로된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 이도 있다.

그때 담임목사는 무릎을 탁 치며 환호했다. “바로 저 사람이 장로깜인데...”

(대표 저서 :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