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수나 강에서 가끔 카약을 탑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약 타는 시간은 아침 새벽녘입니다. 조용한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아침 태양이 올라오기 전, 어스름한 새벽 호수는 그야말로 신비이고, 명상의 성소입니다.

지난 7월 7일에도 위스콘신 데빌스 레이크에서 카약을 탔습니다. 무더운 오후에 카약을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그늘이 있는 가장자리로 갔습니다. 카약을 정박시키고, 수영도 하고, 바위에 앉아 책도 읽었습니다. 90도가 넘는 무더위였지만 그야말로 피서였습니다. 오후 4시경,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캠프장의 비설거지가 생각났습니다.

서둘러 카약을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가려고 나섰습니다. 호숫가에서 약 1/4 지점을 가로지를 때, 강풍에 의해서 날아온 물놀이용 튜브가 제 카약 옆으로 밀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비를 피해 호숫가 수영장을 빠져나간 상황이었습니다. 모래사장에 있었던 고무튜브가 바람에 밀려, 호수 한가운데로 밀려온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아 이 튜브를 가지고 가서 같이 온 사람들에게 주면 좋겠다. 호수 한가운데로 떠밀려온 튜브의 주인은 어디로 피했을 것이고, 찾을 생각도 포기했을 테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튜브를 집어 올렸습니다. 때마침 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고무 튜브 때문에 공기 저항이 커지면서 카약이 뒤집힐 뻔했습니다. 수영할 줄 알지만, 카약이 뒤집히면 여러 가지 낭패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잘 입던 구명조끼도 그날은 더워서 입지 않았습니다. 카약의 균형을 잡기 위하여, 고무 튜브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다행히 카약은 휘청대다가 균형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비를 흠뻑 맞으며 카약을 탄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빗속에 카약 타는 즐거움은 다른 날의 카약 타는 즐거움과 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약이 뒤집힐 뻔한 사건을 통하여 인생의 귀중한 교훈을 배웠습니다.

하나는 균형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균형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른 배들처럼 카약도 균형을 잡아야 뒤집히지 않습니다. 뒤집힐 뻔한 카약 타기의 경험은 인생 항해의 균형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이제 인생의 한 바퀴를 거의 돌면서 또다시 인생의 균형, 수레바퀴를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천 년, 2000년대를 시작하기 전, 마흔 살 되기 전에 “새로운 천년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심각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1999년 가을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어떻게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시간 관리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시간 관리는 인생 관리이고, 인생 계획이라는 사실을 그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 관리, 인생 관리의 중요한 요소는 삶의 균형이었습니다.

1999년은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한 지 아직 삼 년이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므로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들여다보았고, 이민자들 다수가 균형 잡힌 삶을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면, 돈 벌기 위해 불철주야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였습니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건강 문제였습니다. 그 당시 시카고지역에서 불철주야하여 사업을 크게 일으킨 분이 50대 초반에 건강 이상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가족 문제였습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 왔다면서,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 가족이 많았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보호 없이 “스스로 알아서” 자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일만 하다 보니, 부부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이혼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일에만 몰두하다가 가족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목격하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천 년을 시작하면서 저는 균형 잡힌 삶을 살겠다고 결단하고 노력하였습니다.

20년 전에 삶의 균형의 요소로 생각했던 분야, 균형 잡힌 삶의 수레바퀴(Wheel of the Life)는 대체로 10가지 영역입니다: “일, 개인적 성장, 재정적 영역, 정신적 영역, 정서적 영역, 사회적 관계 영역, 가족관계, 육체적 건강, 영적인 건강, 휴식과 놀이” 등입니다.

20년 전 깨달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위하여,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수레바퀴를 그리면서 분명하게 드러난 부분이 사회적 관계, 친구였습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기로 결단했는데 제 친구들은 한국에 있습니다. 이 새로운 땅, 낯선 땅에서 친구를 사귀고 교제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때 사귄 친구들과 지금도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있기에 감사합니다. 사회적 관계 중 다른 하나는 확대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생 가족을 미국으로 와서 살게 하였습니다. 미국에 이민 온 동생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여 많은 고생을 하게 했지만, 곁에서 삶을 나누게 되어 감사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재정적인 문제였습니다. 성직자는 주어진 부름 속에 가난하게 사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혼자 살면 문제가 없는데, 제 곁에는 아들딸과 아내가 있습니다. 재정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지만 가난한 성직자 수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었습니다.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문제, 노후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절약과 저축이었습니다. 더욱 가난하게, 근검절약하며 단순하게 사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적은 돈이지만, 저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아내를 통한 수입 증대였습니다. 아내가 일터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맙고 안타깝게도 아내는 지금까지 가정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고된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뒤돌아보니, 나름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듯해 감사합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여 크게 이룩한 것은 없습니다. 작은 수레바퀴이지만 어느 한 쪽에 몰두하고, 치우치지 않아서 나름대로 균형잡힌 삶을 살아온 듯합니다.

이 시대에는 80살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또다시 20년의 삶의 수레바퀴를 내다보면서 삶의 균형을 생각합니다.

그 중 심각하게 제기되는 부분이 건강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나름 건강하게 살아왔습니다. 운동을 해왔고, 봄철의 알러지 약 말고는 계속 복용하는 약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생존을 위해서 운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몸무게와 허리둘레에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요즘 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운동을 위해서 다른 일을 위한 시간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균형을 잃으면 뒤집히게 됩니다. 뒤집힌 카약을 물속에서 다시 뒤집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카약이 균형을 잃으면 뒤집히고 항해를 계속할 수 없듯이,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면서 삶의 균형이 깨져서 인생이 뒤집히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한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지면 균형을 잃어서 뒤집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균형은 놓아버리고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을 더 움켜잡으면 균형을 잃게 마련입니다. 붙잡기보다는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을 통하여 균형을 유지하게 됩니다. 지금도 그 고무보트가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빨리 놓아버리기를 잘했습니다. 이제는 붙잡기보다 놓아버리는 것을 통한 균형을 생각하는 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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