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M 회원과 KCJ 정기구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앙 체험 수기 공모전’에 앞서, KCJ는 로고스선교회 내에서 사내공모전을 주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두 달여 재택근무를 해야 했고,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근무와 일상을 제한하는 지침들로 심신이 조금씩 고달파진 이때,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각자의 신앙과 사역을 돌아보자는 취지였다.(편집자 주)

“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D-day가 왔다!”

삼월 초의 쌀쌀함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많은 분들의 수고와 기도가 한 땀 한 땀 모여 꾸며진 새사옥으로 설레는 맘을 가득 싣고 발을 내디뎠다. 이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될 무언가를 막연히 기대하며… 

그런데! 엉뚱하게도 막연했던 기대감은 예상치 않은 COVID-19라는 낯선 이름,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급하게 다가와, 내 일상을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낯선 불청객은 몇몇 지역을 시작으로, 이내 옆 동네로, 옆 건물로, 옆 상점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급기야 우리도 전 직원 중에서 소수 인원만 사무실에 남기로 하고, 순번을 정해 이른바 재택근무라는 어색한 옷을 입게 되었다. 

그 덕에 본의 아니게 꼼짝없이 집에 갇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일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전에는 내 컴퓨터와 책상이 이렇게 작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두 개의 큰 모니터 화면을 쫙~ 펼치고 일하던 때와 비교하면, 뒤에 숨은 또 하나의 화면을 왔다갔다 넘나들며 모니터 한 개로 일을 한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특히 접수된 의료비의 지출 내역을 꼼꼼히 재검토하다 보면 난 어느새 컴퓨터로 기어들어갈 기세였다. 게다가 이런저런 노트들은 나름대로 정리해도, 어느새 책상을 넘어 주변 바닥까지 널려지고, 하루종일 굽은 자세로 인해 어깨와 목은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러니 며칠 걸러 하루씩 출근해서 마주 대하는 컴퓨터와 책상이 그렇게 반갑게 느껴질 수 없었다. 물론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이 여유로 다가오는 좋은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 와중에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회원분들의 상담 내용은 나의 이러한 투정과는 다른 차원의 안타까운 사연들이었다. 사회적 격리 명령으로 가게가 문을 닫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회비를 문의해 오시는 분들, 그로 인해 탈퇴를 문의하시는 분들, 시위로 인해 가게가 피해를 입고 정신이 없다고 하시면서도 회비를 못 보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경제적인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연락을 주시겠다는 분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해하시며 전화를 거신 분들, 경황이 없을 텐데도 오히려 내게 건강 조심하고 아이들 잘 챙길 것을 당부하시는 분들… 회원분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이 상황이 내게는 또 다른 현실로 다가왔다.

 

그렇게 재택근무의 하루하루가 지나고, 그 하루하루는 어느새 두어 달을 훌쩍 넘기며 끝이 났다. 그러나 그 끝이란 내가 그렇게 그리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닌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물론 예전의 내 자리로 돌아왔지만, 몇 달 전과는 또 다른 일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침마다 체온 측정을 비롯해서 하루에도 여러 번 부지런히 손을 씻고, 소독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갑갑하고 적응하기가 참 힘들다. 사실 새로운 일상뿐 아니라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격리 생활이라든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시위와 폭동이 난무한다든가 하는 소식들이 아직까지도 낯설고, 진짜 내가 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낯선 상황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도 모르겠고, 내 생각이나 내 뜻과는 별개로 정신없이 어딘가로 떠밀려가는 듯한 불안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순간! 문득 뒤집어 생각해 보면, 내게 익숙하던 일상을 벗어나게 되니 새로 깨닫게 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마주 대하는 내 컴퓨터와 책상이 그리 반가울 수 없으며, 일하는 환경에 새삼 감사하게 되고, 없는 중에도 그 귀한 마스크를 서슴없이 나눠 주는 분들께 “마스크는 감동이다”라는 내 나름의 감사를 연발하며 그 배려에 감사하게 되고, 퇴근길에 내가 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도 태워 주지 못해 미안해 하시던 어느 집사님의 마음 씀씀이에도 감사하게 된다. 

이것뿐이겠는가. 조금만 늦었어도 사옥 이전을 어정쩡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채 불편한 상황을 맞을 수 있었는데, 사회적 격리가 실행되기 바로 전에 무사히 사옥이전을 마무리짓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그 덕분에 현재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서로 간의 안전거리가 웬만큼 유지되는 좋은 환경 속에서 사역이 지속될 수 있었는데, 이를 아시고 미리 준비해 주신 하나님의 세심하심이 참 놀랍다. 

휑~하던 1층 중앙 로비는 목사님의 정성어린 사랑과 물 주기에 힘입어서인지, 어느새 꽃이 피고 푸른 잎이 무성한 작은 정원이 되었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내 눈에 어느날 문득 피어난 생명 하나하나가 들어왔다. 

이 생명 하나하나가 하나님께 속한 것일진대… 회원 한 분 한 분의 건강을 위한 의료비 나눔 사역이 육신의 생명뿐 아니라 영적인 생명을 살리는 사역으로 쓰임받기를… 또 이 사역을 통해 많은 생명이 살아나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 그 길, 그 끝에서 기쁨으로 주님을 볼 수 있기를… 

하나님께서 지금의 여러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이 사역이 차질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것을 보며, 우리의 생각과 지각을 넘어 이 사역은 분명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으며, 이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행하시는 일들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존자 하나님의 비밀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주권 아래 거하리로다.’ 오늘도 시편 91편 말씀을 곱씹으며 기도 속으로 들어간다. 나와 가족, 사역자들과 회원들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 주시고, 환경에 휩쓸리지 않게 하시고, 우리의 사역을 통해 영혼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로다”(시편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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