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영하는 클리닉에는 교통사고 이후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납니다. 정지(Stop) 사인을 지키지 않거나, 주차장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량과 부딪치거나, 비보호 좌(우)회전을 할 때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므로, 무방비 상태의 신체는 미처 보호할 틈도 없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몸에 가해지는 충격은 생각보다 강할 수 있으며, 안전벨트를 착용했더라도 자동차가 달리던 가속력에 의해 안전벨트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목이나 어깨 부위가 쉽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 이후에 가장 흔한 손상 중 하나가 Whiplash injury, 즉 편타성 손상입니다. 앞차를 들이받거나 뒷차에게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인해 차량이 급제동하거나 급하게 움직이면, 머리가 앞이나 뒤로 크게 밀려 나가게 됩니다. 안전벨트로 고정된 몸통보다 목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목 주위의 근육들인 상부 승모근, 흉쇄유돌근, 견갑거근 등이 손상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목을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히는 동작, 좌우로 굽히거나 돌리는 동작에 제한이 생깁니다. 

가볍게 손상된 경우에는 뚜렷한 신체적 징후나 불편함이 없지만, 심한 경우에는 근골격계 손상인 근육통과 과긴장 등이 나타나고, 더 심한 경우에는 신경학적 손상 혹은 골절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편타성 손상이 의심되면, X-ray 검사를 통해 골절과 척추뼈의 정렬을 확인하며, 근골격계 검사를 통해 근육, 인대 등의 문제를 확인하며, 신경계 검사를 통해 중추 혹은 말초신경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운동범위검사를 통해 능동적 혹은 수동적 움직임이 얼마나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손상된 시점에서 48~72시간 정도 지나면, 손상된 조직 내에 국소적 염증 반응이 일어나, 사고 초기보다 통증이 더 심해지고 가동범위가 더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목 부위의 손상으로 인해, 머리와 어깨 주위와 어깨뼈 등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시야가 흐려지거나 두통이 생기거나 청각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교통사고 이후 편타성 손상을 치료할 때, 급성기에는 대부분 침상 안정, 목 보조기 착용, 진통소염제 및 근이완제 복용을 합니다. 또한 냉찜질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낮추고, 부종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전기치료를 이용해 목 주위 근육의 통증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목 보조기는 최대한 짧은 시간 동안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008년 Drescher K의 편타성 손상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 따르면, 목 안정화 운동 및 자세 교정과 같은 물리치료 요법이, 교통사고 이후에 사용하는 연성 칼라(soft collars), 즉 목 보조기 사용보다 통증을 더 빨리 줄여서 더 빠르게 본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손상으로 인한 통증과 움직임의 제한이 있더라도, 능동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안정화 운동(목 주위의 근육들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것이 침상 안정 및 목 보호대를 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통증을 줄인다고 합니다. 

오늘 클리닉에 새로 온 환자는 사고가 발생한 후 한 달 가까이 지속적인 두통과 청각 소실 등을 호소하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갑자기 목과 허리의 통증이 증가하여 물리치료 클리닉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경미한 교통사고일지라도 신체의 변화를 잘 관찰하면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의 적절한 치료가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고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김동언(PT, DPT) 필자는 한국에서 삼성서울병원, 영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뉴욕에서 Kim Physical Therapy P.C.를 운영하며 근골격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운동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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