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추는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영양덩어리"

 

싱싱하게 자라던 텃밭의 부추가 어느날 갑자기 꽃망울을 머리에 이고 나타나고, 누르칙칙하게 변해가는 활엽수 잎사귀들과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꽃이 짙푸르게 건강한 성장을 하다가,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면 꽃망울이 서서히 생장점에서 똬리를 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따가운 태양볕 속에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텃밭에 각종 채소와 화초, 과일나무, 그리고 각종 가축들을 기르다보면 이런 것들이 사람들보다 계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며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을 일찍 느낀다.

닭이나 오리, 공작새까지도 봄과 가을에 두 번의 변신을 한다. 봄에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입었던 두꺼운 털옷을 가볍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에는 두툼한 털옷으로 갈아입는다. 우리집에는 공작새 병아리 3마리와 2년 차 청소년 공작새 3마리가 있다. 아직 화려하고 찬란한 옷은 입지 못하였으나, 보잘 것 없는 꼬리를 펴고 내년부터 현란한 공작새 쇼를 위하여 예행연습을 한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3년차 봄이면 예쁜 꼬리가 돋아나오고 암컷을 위하여 구애의 공연을 하고, 주인을 위하여 보은의 공연을 한다. 박수 치면서 즐거워하면 자기도 어깨를 으쓱하며 좋아하지만, 5~6분 동안 진행되는 공연 중간에 내가 이동을 하면 꺄-오! 소리를 지르며 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즉시 공연을 중단한다. 이렇게 화려한 깃털도 가을이 되면 내년을 기약하며 하나 둘 다 빠진다.

아직도 겨울비가 자주 내리는 춥고 을씨년스러운 2월부터 땅 속에서는 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파, 마늘, 머위나 곰취나물 등등 다년생 뿌리를 가진 식물들은 미리부터 뿌리를 뻗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나무들도 수액을 끌어올리며 싹틀 준비에 분주하다. 나도 그린하우스 안에 새로운 모종을 키워내기 위하여 모판을 만들고 각종 씨앗을 파종하며 봄맞이 준비를 한다.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며 키워낸 각종 채소들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고 남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 또한 커다란 보람이 된다. 고추, 파, 마늘, 상추, 토마토, 깻잎, 부추, 근대, 도라지, 더덕, 오이, 쑥갓, 가지, 두릅 등 각종 채소들과 감, 밤, 사과, 포도, 모과, 무화과, 석류, 자두, 체리 등 과일나무와 많은 화초들을 손꼽아보니 80여 종류의 각종 식물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대화하고 정을 통하며 풍성한 수확으로 갚아준다. 기르면서 얻는 보람과 기쁨은 늘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한다.

금년에는 여러 가지 채소들 중에서도 상추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낸 것 같다. 상추는 여러 가지 채소들 중의 하나로 생각하며 먹었는데, 상추의 효능에 대해 알고 난 후 약으로 생각하며 많이 섭취하였더니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상추를 많이 섭취하면 스트레스를 완화하여 숙면을 유도하고, 빈혈 예방, 시력 보호, 변비 개선, 해독 작용, 통증 완화, 해열 작용을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특별히 위장이 약해 고생하던 아내가 속이 편안해지고, 피부가 고와지고, 신장에도 작용하여 소변이 잘 나오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배변 활동이 느려서 긴 시간 화장실에 앉아 있곤 했는데 속도 편하고 배변 시간이 빨라져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채소를 계속 먹기 위하여 봄 상추가 끝나기 전 무더운 여름에 땡볕이 내리쬐는 밭에 파종을 하면 예민한 씨앗이 싹을 잘 틔우지 않는다. 그래서 편법으로 씨앗을 물에 불려 축축한 상태로 그늘에 놓았다가 하얀 뿌리가 나기 시작하면 화분에 뿌려 잎이 2~3장 나왔을 때 일일이 한 포기씩 작은 모판에 가식을 한다. 5~6장의 잎이 자란 후 밭에 적당한 간격으로 옮겨 심고 키우는 수고를 하면 잘도 자란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2모작 한 것이 끝날 즈음에 다시 같은 방법으로 3모작을 시작했더니 곧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옛 속담에 가을 상추는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영양덩어리다. 상추는 오래 전 이집트의 벽화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조시대 사신이 중국을 방문할 때 가지고 간 상추씨는 너무 귀해 천금을 주고 사야 한다고 천금채란 이름도 얻었다고 한다.

70이 넘은 지금의 내 삶이 성인병 하나 없고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게일과 밭일을 하여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주심에 감사드린다. 흙으로 지으심을 받은 인간이 흙을 사랑하고 땀 흘리며 일하여 흙에서 건강한 무공해 먹거리를 얻어먹는 것이 건강 유지에 답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 한모퉁이를 아름답게 가꾸고 즐기며 살 수 있도록 베푸신 은혜가 한없이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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