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펴냄

 

우리가 잘 아는 이솝 우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처럼 그릇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 주는 이야기가 있을까? 손님을 초대하고,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맞지 않는 그릇에 대접하면, 초대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며, 서로 오해와 상처를 만들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있으며, 그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넉넉한 사람은 많은 말을 담을 수 있다. 그릇이 깊으면 담은 말들이 쉽게 새어 나가지 않고, 넓은 그릇에서 필요한 말을 잘 골라낼 수 있다.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말이 쉽게 흘러넘치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며, 말실수도 많아진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처럼 말 그릇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상처와 불쾌감을 주고, 더 나아가 사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관계 속에서 나를 확인한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말을 통한 인간관계에 대한 재치 있는 격언이다. 

외향적이고, 유쾌한 성격의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교사라는 직업과 사모로서의 교회 사역을 통해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내게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만나면 항상 즐겁다.”라고 말해 준다. 하지만 만남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며 항상 후회하는 것이 오늘도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과 정작 상대방에게 해야 할 말들을 다 못하고 왔다는 것이다. 하하 호호 만남의 순간은 즐거웠지만, 서로의 비어 있는 말 그릇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만 요란할 뿐, 담기는 것은 없는 만남과 대화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빈 수레처럼 요란한 나의 말 그릇을 다시 만질 수 있는 귀한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필요한 말을 제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평상시 사용하던 나의 말을 바꾸어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대화 방법을 통해 내가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 말 때문에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는 말 그릇의 의미를 알려 주고, 나의 말에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얘기한다. <2부, 내면의 말 그릇 다듬기>에선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 살펴 봐야 할 개인의 감정과 공식, 습관을 알려 준다. 특별히 말할 때 진짜 감정을 담아 말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과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잘못된 말 습관을 찾아서 고치는 일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3부와 4부에서는 듣기와 말하기 기술에 대해 알려 준다, 3부에서 저자는 말을 잘하기 전에 먼저 잘 듣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경청이란 상대방이 전하고픈 사실, 감정, 핵심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4부에서는 말 그릇이 다듬어져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대화 기술’을 소개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말하기인데, 그 기술이 매끄럽지 않으면 마음의 길도 막히고, 서로 오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5부에서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와, 나의 말에 책임을 지는 관계의 3가지 법칙을 알려 준다.  첫째, 나를 사랑하고, 둘째 각자의 진실이 다름을 인정하고, 셋째 건강한 관계를 위해 적당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알려 준다, 이 3가지 관계의 법칙을 통해, 말을 더 비워 내어 말  그릇을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한다. 

2020년 봄부터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우리 모두 이제껏 살아본 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완벽한 치료제와 치료 방법도 찾지 못한 현실 속에서 정부와 사회는 ‘자가 격리’ 라는 최소 대면의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 본능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본능을 억제하며, 재택 근무, 온라인 스쿨이 안전하게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각자 바쁘게 살던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이전에는 남편과 나는 각각 교회 사역과 직장 업무로, 아이들은 학교와 방과 후 활동으로 바빠서,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온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안부를 묻고 하루를 정리하는 단순하고 단조로운 대화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가족이 함께하게 된 초기에 우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과 대화로 즐거워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우리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서로의 잘못된 습관과 단점들을 보게 되었다. 대화 중에 그런 모습들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고, 가족들간에 성숙하지 못한 대화법으로 “왜 그렇게 말해?” “꼭 그렇게 말하더라!” 라고 언성을 높이고, 대화를 마무리짓지 못한 채 각자의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면서, 대화도 마음의 문도 닫아버리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을 지적하고, 충고할 때 다듬어지지 못한 내 말은 가족에게 잔소리가 되었고, 결국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왜 말로 서로를 원망하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는 것일까? 너무 답답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말의 방법과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지침서가 되어 나를 붙잡아 주었고, 말을 통해 나타나는 내 마음의 그릇을 다시 빚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더 많이 말하기보다 더 많이 듣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행동이나 실수를 지적했던 말 습관을 반성하고, 끝까지 얘기를 들었다. 저자가 알려 준 대화 방법을 적용해, 아이의 생각은 어떠한지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아이와 상의했다. 

내 말 그릇인 마음 그릇이 먼저 다듬어지고 변하기 시작하자, 아이들도 대화를 마무리지었고, 잘 마무리된 대화들을 통해 만족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가족간의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고민이나 결정할 일이 생기면 막내아들이 먼저 “모두들 모이세요, 다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라며 온 가족을 거실로 부른다. 결국 대화의 변화는 각 방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고, 팬데믹 기간 중 가족간의 깊고 기쁜 대화는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마태복음 15장에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자, 제자인 베드로가 알기 쉽게 비유의 말씀을 풀어달라고 청한다. 예수님께서는 18절을 통해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면서,  말을 통한 악행들과 죄를 얘기해 주신다. 나의 말은 곧 나의 마음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주님은 이미 우리에게 비유로 말씀해 주고 계셨는데,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안정되고, 팬데믹이 끝나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벗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는 날, 만남과 대화를 그리워하고 기다린 만큼, 나는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말에서 마음이 느껴지는 ‘깊은 말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 대화하고 사랑할 것이다. 말 그릇을 통해 사람을 담아내고 위로하고 행복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기도하고 기대한다.

* 편집자 주 - 세기언이 주최한 제6회 독후감 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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