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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자의 바른 자세출애굽기 3:1-5
허영진 목사  |  revh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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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5  00: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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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교회마다 조직을 개편하고 새 일꾼들을 선임합니다. 새해 첫 주일에 엄숙히 헌신서약을 하고 임명장을 수여하며 직분자 임직식을 거행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새해에 교회 직분을 맡은 자가 가져야 할 바른 자세가 무엇인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시의적절한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맡은 자는 신을 벗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출애굽기 3장에 보면 모세가 호렙 산 떨기나무 불꽃 앞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출애굽의 대 사명을 맡기시기에 앞서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창 3:5)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대 히브리 관념으로 볼 때 신발은 자아를 상징합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실 때 먼저 신발을 벗게 하셨다는 사실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아의 굴레를 벗어버려야 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예수님도 그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자기 부인을 요구하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 곧 그리스도를 따르기 전에는 내 것, 내 사업, 내 가정, 내 생각, 내 주장이 우선이었으나, 부르심을 받은 다음,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된 후에는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속한 모든 것은 그보다 더 값있는 것을 위해 첫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 중심, 나 우선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 하나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일꾼을 가리키는 헬라어 원어는 디아코노스입니다. 우리말로는 보통 집사로 번역되지만 그 뜻이 광범위하므로 다른 여러 가지 표현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그 다른 표현 몇 가지를 살펴보면 교회의 직분자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인지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2:5에 보면 디아코노스를 하인이란 말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예수님이 시키시는 대로 따르라고 이르는 대목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하인이란 말은 특별히 식탁 심부름을 하는 웨이터를 의미합니다. 웨이터는 식사하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물을 달라는데 우유를 주고, 생선찌개를 시켰는데 냉면이 더 맛있다고 강요한다면 그 웨이터는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해고당할 것입니다.

또 누가복음 17장에 보면 디아코노스를 종으로 번역합니다. 여기서 종(디아코노스)은 띠를 띠고 주인이 식사하는 동안 옆에서 시중드는 자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띠를 띤다는 것은 일할 준비를 갖추고 주인의 분부가 떨어지기를 대기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고 돌아왔어도 주인이 식사하는 동안 띠를 띠고 시중 들고 주인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은 주인의 일을 먼저 하고 자신의 일을 나중에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고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 걱정을 나중에 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종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주인 시중을 먼저 들었다고 해서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자세하거나 자랑할 일도 못 됩니다. 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또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직분자들은 하나님의 하인이요 종입니다. 아니 모든 성도가 다 하나님의 하인이요 종입니다. 하인과 종이 먼저 할 일은 자아의 신발을 벗어버리는 일입니다. 자아가 살아 있는 자는 하나님의 참 일꾼이 될 수 없습니다. 내 것을 먼저 살려 놓고는 참다운 집사가 될 수 없고, 장로도 목사도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4:10은 디아코노스를 청지기로 번역합니다. “받은 은사를 따라 하나님의 각양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디아코노스)처럼 서로 봉사하라”고 한 것입니다. 청지기는 주인이 아닙니다. 주인의 재산을 맡아서 주인의 뜻대로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신발을 벗는 자세는 소유의식, 주인의식을 버린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마태복음 22장 13절에 보면 디아코노스가 사환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그 뜻은 왕의 신하입니다. 왕의 신하는 모든 관심을 왕에게 집중합니다. 교회의 일꾼은 하나님의 사환(디아코노스)이요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신하입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님만 바라보고” 그에게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의 뜻인 줄 알았으면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게 주신 분부만 따르면 됩니다.

맡은 자에게 바랄 것은 충성이라고 했는데 충성이 무엇입니까? 충성이란 하나님 앞에서 자아의 신발을 벗는 자세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나님은 능력의 지팡이를 들려 주시며 위대한 역사를 맡겨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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