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호봇, 나는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가졌지만, 하나님이 넓히시리라!”

이삭의 영성 4

이삭의 삶을 통해 나와 하나님의 관계를 돌아보는 “이삭의 영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삭의 영성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을 함께 묵상하려고 합니다. 이삭이 삶의 위기를 경험한 르호봇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창세기 26장은 이삭이 흉년 때문에 그랄 땅에 있는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 도움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삭의 인생에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으니, 이삭은 할 수 없이 블레셋의 그랄 땅에까지 내려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낯선 땅 그랄에서 이삭에게 복을 주십니다. 농사를 해도 잘 되고, 소나 양을 기르는 일에도 성공합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이 이삭을 시기합니다. 이방인이 하나 들어와서 점점 잘 되어가니까 이것을 두고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낯선 곳에서 경험한 은혜

마침내 블레셋 왕 아비멜렉은 이삭에게 그곳을 떠나라고 요청합니다. “아비멜렉이 이삭에게 이르되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성한즉 우리를 떠나라”(창 26:16). 유진 피터슨 목사의 『메시지』 성경은 이 말씀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떠나시오. 그대는 너무 커져서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겠소.” 참 놀라운 말입니다. 이삭은 흉년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랄로 내려갔던 것입니다. 그런 이삭에게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보잘 것 없던 이삭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블레셋 왕 아비멜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삭이 낯선 땅 그랄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다른 사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크게 성장시켜 주십니다. 

우리는 모두 이삭과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도 한국을 떠나 낯선 땅인 미국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민자로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삶에는 해결되지 않는 불안과 두려움이 언제나 있습니다. 신분 문제로 고민하고, 언어 문제로 씨름하고, 인종차별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마음의 허전함을 느끼고, 물질적인 어려움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은혜 가운데 돌보아 주셨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품고 낯선 땅에 왔던 우리를 다른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성장시켜 주시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이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삭은 인생의 위기 때문에 내려간 낯선 땅 그랄에서 하나님의 돌보시는 은혜를 체험합니다. 우리도 인생의 위기를 맞을 때, 혹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할 때, 그곳에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신뢰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위기 앞에서

이 은혜를 경험하고서 이삭의 믿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분명히 흉년이라는 위기를 맞아서 그랄 땅으로 피신한 것인데, 그곳에서 보잘 것 없었던 이삭을 블레셋 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흥하게 하신 은혜의 경험이 이삭에게는 중요한 믿음의 자산이 된 것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삭은 이어지는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해냅니다. 

이삭이 물을 얻으려고 그랄 골짜기에서 우물을 팝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사람은 음식 없이 꽤 오랜 시간을 버티지만, 물이 없으면 단 며칠을 버티지 못합니다. 이삭에게 우물을 파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 이삭이 우물을 파놓으면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그 우물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삭이 첫 번째 우물을 팠는데, 블레셋 사람과 다툼이 일어납니다(창 26:20). 이삭은 그 우물에 에섹, 곧 다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겨 줍니다. 이삭이 두 번째로 우물을 팠는데, 이것 또한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창 26:21). 이삭은 그 우물의 이름을 싯나, 곧 대적함이라 짓고, 블레셋 사람들에게 양보합니다. 

이삭이 이렇게 우물들을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겨 주었던 것은 하나님의 돌보심에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이미 이삭은 하나님의 돌보시는 은혜를 체험하였습니다. 보잘 것 없던 자신을 블레셋 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시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삭은 다툼이 일어나는 우물들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이삭은 이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 까짓것들을 블레셋 사람들에게 주어 버려라. 하나님은 반드시 은혜 가운데 나를 돌보실 것이다.” 이삭의 이 신뢰가 다툼이 일어날 때 위기를 넘어서도록 해줍니다.

하나님이 넓게 하시리라

마침내 이삭이 세 번째 우물을 팠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다투지 않아서 세 번째 우물은 이삭의 것이 됩니다. 이삭은 세 번째 우물을 파고서 르호봇이라는 놀라운 믿음의 고백을 합니다. “이삭이 거기서 옮겨 다른 우물을 팠더니, 그들이 다투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르호봇이라 하여 이르되,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 하였더라”(창 26:22). 이삭이 우물의 이름으로 지은 르호봇은 “넓음”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삭의 지경을 넓게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르호봇이라는 이름은 사실 이삭의 믿음의 고백입니다. 르호봇은 넓은 우물이 아닙니다. 작은 우물 하나 팠는데, 얼마나 넓겠습니까? 하지만 이삭은 자신이 판 우물에 대해서 “르호봇, 하나님이 넓게 하시리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은 이삭이 그랄 땅에서 배운 것입니다. 흉년이라는 위기 때문에 낯선 땅에 왔던 이삭을 아비멜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흥하게 하신 은혜를 경험한 이삭은 이제 물이 없는 새로운 위기의 상황에서도 작은 우물을 하나 놓고서 “하나님이 넓게 하시리라”는 믿음의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르호봇”이라는 이름에는 엄청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것을 하나님이 넓게 해주실 것이라고 고백하는 믿음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우리가 가진 작은 것을 향해서 르호봇이라는 믿음의 고백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고백해 보십시오. “르호봇, 삶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넓히시리라!” “르호봇, 나는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가졌지만, 하나님이 넓히시리라!” 이것이 르호봇에 담겨 있는 이삭의 믿음입니다. 

이것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작음의 영성”입니다. 나는 비록 작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나를 돌보시는 하나님께서 넓혀 주실 것이라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이 고백을 드릴 때 하나님의 축복이 임합니다. 이삭은 르호봇의 고백을 드린 후에,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의 말씀을 듣습니다(창 26:24). 하나님의 축복은 르호봇의 고백을 드리는 사람에게 임하는 것입니다.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창 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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