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복을 경험하길"

이삭의 영성 5

이번 호에는 이삭의 영성을 마지막으로 묵상합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어머니 사라에게서 배웠던 “웃음의 영성”, 두 번째 시간에는 아버지 아브라함에게서 배웠던 “신뢰의 영성”을 묵상했습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이삭이 신부감 찾는 이야기에서 “일상의 영성”, 지난 호에는 이삭이 작은 우물을 하나 파고 “하나님이 넓히시리라”고 고백했던 “작음의 영성”을 묵상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창세기 28장, 이삭이 야곱을 축복하는 장면에서 “축복의 영성”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이 장면 이후에 창세기 35장에서 이삭이 백팔십 세에 세상을 떠났다는 간략한 소개만 나옵니다. 그러니 오늘의 장면이 성경에 등장하는 이삭의 마지막 이야기인 셈입니다. 

“제발”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오늘의 장면은 꼭 이삭의 유언처럼 느껴집니다. 이삭은 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녀를 축복합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모습입니까? 우리 인생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하길 원합니까? 자녀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싶습니까? 작가 애니 딜라드는 『팅커 크리크에서의 순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죽는 순간 드리는 기도가 ‘제발’이 아니라, ‘감사합니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중요한 말입니다. 우리가 죽는 순간에 드리는 기도는 원망과 아쉬움의 “제발”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삶을 받아들이고 삶의 모든 순간을 기뻐하는 “감사합니다”가 되어야 합니다. 

이삭은 마지막 순간에 “감사”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삭의 삶에서 이것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은혜로 웃게 하셨고, 일상의 작은 일에서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경험했습니다. 자신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넓히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삭은 삶의 마지막에 하나님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삶을 살았던 이삭은 노년에 야곱에게 중요한 축복을 전해 주고 싶어합니다.

 

야곱을 축복하다
     
이삭이 복을 빌어 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먼저 이삭의 모습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창세기 28:1에서 이삭은 야곱을 불러 축복의 기도를 해줍니다. 사실 이것은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야곱은 이삭이 낳은 쌍둥이 형제 중에 동생입니다. 장남인 에서를 제쳐두고 차남인 야곱이 이삭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삭은 원래 야곱에게 복을 빌어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창세기 27장에서 야곱은 눈이 어두웠던 이삭을 속여서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냅니다. 여기에 우리가 묵상할 것이 참 많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삭은 장남인 에서에게 복을 내리고 에서를 통해 믿음의 이야기가 이어지길 원했겠지만, 하나님은 차남인 야곱에게 복을 내리고 야곱을 통해 믿음의 이야기가 이어지길 원하십니다. 야곱을 통해 나온 열두 아들이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이루도록 만들어가십니다. 이것이 이삭의 생각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이삭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이 많은 이삭은 인생의 경험과 지혜가 쌓인 사람입니다. 평생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살아오면서 이삭은 하나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삭에게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찾아옵니다. 장남 에서 대신에 차남 야곱을 축복하도록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입니다. 이제는 별로 놀랄 일도 없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혜로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하나님은 이삭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일하시는 분임을 보여 주십니다. 

이삭은 말년에 하나님에 대해서 새롭게 배우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삭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언제나 제게 새롭게 다가오시는 분이군요. 삶에 대해 많이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여전히 제 삶에 새로움과 놀람을 놓아두시는 분이군요.’ 이것이 이삭이 노년에 깨달은 하나님과 삶의 모습입니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하나님
     
우리도 이삭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신앙생활을 오래한 분들은 자신이 하나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신앙생활은 이렇게 하는 거야, 교회 일은 이렇게 하는 거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새로움을 보여 주시는 분입니다. 이제는 인생에서 더 이상 놀랄 일도 없고, 그간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도 없다고 여기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놀라움과 새로움을 놓아두십니다. 이삭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새로움을 경험하고, 하나님이 삶에 놓아두시는 놀라움을 발견하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과 얼마나 다르게 하나님이 일하시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에 순종하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하나님을 만난 후에 이렇게 외칩니다. “그렇게도 오래 되셨지만, 그렇게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당신을 나는 너무 늦게 사랑했습니다.” 이것은 고백록에서 가장 사랑받는 문장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삶 속에 하나님의 새로움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새로운 계획으로 우리를 이끌어가실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것에 기쁨으로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평범한 삶의 자리에서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이 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복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축복의 영성
     
하나님의 새로움을 발견한 이삭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넘어 차남인 야곱을 축복하기로 결심합니다. 창세기 27장에서 이삭은 야곱에게 속아서 축복했지만, 28장에선 이삭이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야곱을 축복합니다. 우리는 이삭이 야곱에게 어떤 복을 빌어 주는가를 묵상해야 합니다. 이삭의 축복의 핵심을 창세기 28:3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시어 네가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가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시어”라는 표현입니다. 이것은 누가 복을 주시는 분인지를 알려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축복의 내용에 관심을 갖지만, 이삭의 축복의 핵심은 누가 복을 주는가를 알려 주는 데 있습니다. 복은 하나님이 주십니다. 성경에 나오는 축복의 핵심은 복을 주시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복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은 물질적인 축복, 세상에서의 성공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지 못합니다. 성경은 성공과 물질적인 축복이 아니라, 복을 주시는 분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늘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삶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어떤 축복을 빌어 주시겠습니까? 축복에도 영성이 있습니다. 성공과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축복을 주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빌어 주는 것이 축복의 영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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