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상품명 에드유헬름)’이 임상시험에서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면서,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기억력 감소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 약은 없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2021년에 주목되는 10대 과학뉴스 중 하나로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을 꼽았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 단백질로 만들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덩어리를 형성하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두카누맙은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상충돼 승인 여부가 불투명했다. 바이오젠은 2019년 3월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과 사고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회사는 고용량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임상시험 자료를 다시 분석해 기억과 사고력, 일상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를 22%까지 늦췄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

FDA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 효능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중요한 효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신약 허가 기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예일대 의대의 FDA 규제정책 전문가인 조셉 로스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를 통해 “이번 승인은 FDA와 보건시스템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와 보험사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FDA가 예외적인 승인을 한 것이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6일,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반대한 바 있다.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두카누맙 승인은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는 이번 승인을 환영했다.

전 세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서도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는 2020년 통계자료에서 미국 노인 인구 3명 중 1명이 알츠하이머병이나 관련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고 있으며, 사회적 비용이 1,000조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내 환자 수가 2050년에는 지금의 2배가 넘는 1,3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 예측한다.

FDA 카바조니 국장은 “이번 승인에 대한 반론을 잘 알고 있지만, 아두카누맙이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했고, 이 같은 기전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지각능력 감소를 완화해 줄 것이라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아두카누맙의 1년치 약값은 5만 6,000달러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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