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오렌지카운티영락교회 담임

요한복음 2:1-11

현대를 가리켜 “Yes and No의 시대”라고 부른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애매모호한 시대라는 뜻입니다. 모든 중요한 결정이 ‘Yes’일 수도 있고 ‘No’일 수도 있는, 명쾌하게 판가름이 나지 않는 그런 시대라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는 매우 불분명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께 “No” 했지만 하나님은 사람에 대해 언제나 “Yes”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하나님께 “아니오” 해도, 그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예”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하나님께 “예”하셨습니다.
열두 살 때 성전에서 “예, 나는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합니다.”하셨습니다. 광야에서 “예, 나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겠습니다.”하셨습니다. 나사렛 회당에서, “예, 나는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해도, 세상에 의와 용서를 선포하겠습니다.”하셨습니다. 겟세마네에서 “예, 나는 나의 원이 아니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겠습니다.”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 나는 그들을 용서합니다.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합니다.”하셨습니다.


우리도 기도합니다. “예, 주여,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누구에 의해서입니까? 바로 나를 통해서입니다.


산골 할머니가 서울 구경을 갔습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꿈 같았습니다. 몇 해 전 도시로 이사한 할머니 친구의 안내로 호텔에 갔습니다. 번쩍거리는 놋쇠 문이 달린 엘리베이터 앞 줄지어 선 사람들 뒤에 가서 섰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앞에 섰던 사람이 들어가는데 엘리베이터 실내 거울 벽에 비친 모습을 보니 늙고 초라한 할아버지였습니다. 문이 닫히고 벽에 붙은 숫자판에 불빛이 깜박이며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더니 숫자가 다시 내려오다 멈추자 문이 열리고 배우같이 잘 생긴 청년이 튀어나왔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손뼉을 치며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영감을 데려다 저 요술 상자에 넣어야겠어.”


예수님이 종교 지도자들에게 짧은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의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했더니, 첫째는 가겠다 하고는 안 갔고, 둘째는 싫다고 했지만 마음이 변해 포도원에 일하러 갔습니다. “어느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행했다고 생각하느냐?” 예수님이 물으셨습니다. 물론 대답은 분명합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일하러 간 아들입니다. 마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면 마음을 고쳐야 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이었으나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행하려면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음을 고쳐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소홀히 여기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최근 신자라고 자처하며 신앙에 입각해서 정치를 한다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생한 그리스도인이라고 과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의가 말뿐입니다. 사생활과 공직수행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과 함께 가나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셨습니다.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예수님은 큰 돌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길어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물은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행하신 첫 번째 표적이었습니다.


척척박사가 있었습니다. 무엇을 물어도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어려운 신학 문제로 논쟁을 해도 막히는 법이 없었습니다. 성경 장절을 수없이 암송했습니다. 찬송 수백 곡도 외워서 불렀습니다. 모범 기도문을 수없이 암기하고 있어서 기도가 청산유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는 아버지의 부르심에 말뿐인 대답은 아무 소용없습니다. 말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면 세상은 벌써 낙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기독교는 행동보다 말, 행위보다 논쟁으로 허장성세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내 계명을 지키는 자가 나를 사랑하는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이 됩니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지금 하십시오. 지금 만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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