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조지아)

오늘은 일기 예보가 적중.  2 주 동안 가뭄 상태로 비가 와주기를 소원했는데, 기도 모임이 끝나자마자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반가우면서도 내 마음은 뒷마당 화분에 심은 레몬 나무가 걱정이 된다.

폭우에 혹시 처음 달린 레몬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조바심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뒷 마당으로 달려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까지 달려 있던 주먹 만한 레몬이 증발~~~

“어머! 어디 갔지? 어디 갔어?” 너무 서운한 마음에 맥이 다 빠진다. 그동안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키웠는데......

매년 어머니날에 꽃을 보내던 딸 아이가  2 년 전에는 꽃 대신 레몬 나무를 보내왔다. 레몬 나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나는 겨울에 얼어 죽을가봐 추우면 안으로 들여 놓고, 열심히 물을 주면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스마트폰으로 사진까지 찍어서 딸 아이한테 보내지 않았던가!

다람쥐가 기어올라 따갔을까? 아니면 거센 바람에 떨어진 것을 다람쥐가  주워갔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지만 아리송하다.

작년 LA 에 갔을 때 동생네집 뒷마당 레몬 나무에는 탐스러운 레몬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얼마나 부러웠던지! 집에 올 때 가방에 몇개 넣어가지고 와서 다음날 레몬즙을 넣어 만든 샐러드 드레싱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레몬 나무에 대한 애착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시사철 포근한 캘리포니아 기후에서 자라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의 집착은 어느새 욕심으로 다가가 마음엔 이미 싱싱하고 예쁜 레몬 나무가 우리집 뒷마당에 서 있는 것을 상상해 보고 있었다

레몬나무를 키우면서 맡던 꽃 향기는 잊을 수가 없다. 숲속의 꽃 향기가 좋다고 하면 레몬꽃 향기가 질투를 할 거라고 글을 썼던 생각이 난다.

레몬 나무는 오렌지과에 속하는데  어느 나무 열매보다  키우기 싶다고 한다. 토양과 기후만 맞으면 일년 내내 꽃이 피고 레몬이 달린다. 꽃에서도 향기가 나지만 잎을 만지면 잎에서도 레몬 향이 난다

사실 나는 위염 때문에 레몬을 그리 즐기지 못한다.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 때 식초 대신 사용하거나 더운 여름날에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몸에도 좋고 갈증도 해소돼 더위도 살짝 잊게 해준다.

사실 우리집 거실에는  예쁜 레몬 나무 화분이 있다  물론 장식용이다. 가게에서 그 장식용 레몬 나무를 보는 순간 정말 진짜 같아서  비싸다는 생각도 없이 기쁜 마음 으로 사들고 집에 왔다.

진짜 재미 있는것은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 화분을 보고 처음에는 다 진짜인  줄 안다. 어머! 이거 진짜에요? 난 그럴 때마다 잠깐 시침을 떼고 “네” 하면 만져 보기 전까지는 다들 속는다. 내가 보아도 진짜 같으니까. 그래서 가짜지만 난 이 화분을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사실 2 년 동안 레몬 나무를 처음 키우면서 경험이 없으니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추운 겨울에는 나무가 얼까봐 걱정되어 날씨를 점검하고 기온이 내려가면 제때에 실내에 들여다 놓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 주면서 말이다.

날씨가 화창한 날은 맑은 공기와 햇볕을 쏘여 주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내다 놓느라 무거운 화분을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꽃이 피고 레몬이 달리려면 이런 고생쯤은 인내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평소에 꼼꼼치 못한 내 성격인데 이 작은 나무를  소중히 여기고 애정을 보이는 것은 딸의 성의와 고마움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또 “생명 있는 것은 다 사랑 받고 싶어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레몬 나무에 물을 주면서,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하는 딸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해 “ 굿모닝”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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