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아고라
그리스 아테네 아고라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

열정으로 찬양하며 기도하는 옆사람이 그립다. 본당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통로까지 꽉 채워 서로의 열정을 부추기던 부흥회나 수련회가 그립다. 이제 다시는 그런 집회를 경험할 수 없는 걸까? 이제는 본당이나 모임 장소에 드문드문 앉아 있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고, 한 공간을 꽉 채운 모습은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뜨겁게 하나님께 나아갔던 것의 실체가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그런 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몇몇 교회의 온라인 예배에 수천 수만 명이 생방송으로 참여하는 것을 자주 본다. 좋아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매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온라인에서는 거리두기도 필요 없고, 시간에 구애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온라인 예배에서 은혜 받기는 현장 예배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구하는 영적 실체는 무엇인가?

집회, 예배의 영적 실체는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를 사랑으로 초청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천사들과 함께 찬양하며, 우리에게 구원 주심을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감사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자비롭고 의로운 생명을 누구에게 흘려보내며 살아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들을 다 뛰어넘어 하나님을 만난 특별한 경험과 감정만을 갖기 원한다.

히브리서 12:22-24은 하나님 앞을 아름답게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이른 시온산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성이자 하늘의 예루살렘이며, 천만 천사가 절기를 축하하듯 총회로 모였고, 하늘에 기록된 장자들의 교회와 온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이,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새 언약의 중보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모여 있는데, 그곳에 아벨의 피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하는 뿌려진 보혈의 피가 생수의 강같이 흐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여 예술과 정치 등을 토론했던 광장, 사람들이 모여든 장터 혹은 사람들의 모임assembly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히브리서 12:23(개역한글)의 총회라는 단어는 ‘모든 아고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하늘의 천만 천사들, 먼저 죽은 신자들, 그리고 생명책에 기록된 현재의 교회들이 함께 모여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에서 심판자 하나님과 우리의 죄를 중보하신 그리스도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고 묘사한다.

지금도 하늘에서는 구름 같은 증인들과 천사들, 그리고 지금의 그리스도인들이 커다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들은 그곳에서 하나님과 예수님께 집중하며, 정의와 평화로 통치하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풍성한 영광을 함께 누리도록 허락하심을 감사하며, 자격 없는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보혈을 흘려 생명의 강에 흘려 보내시는 은혜를 기뻐하고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섬기기로 결심한다.

비록 코로나로 대형 집회가 사라졌고, 기존의 전략들이 대폭 수정되었지만 하늘의 아고라가 영적 실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무엇보다 더 큰 집회(아고라)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하늘의 아고라는 하나님과 예수님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소위 규모가 주는 인간적인 유혹과 허상을 더 잘 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예배나 집회에 참여하는 목적은 우리의 막연한 감정적 경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이자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임을 기억하면, 우리는 드문드문 앉아 있는 교회 본당에서도 하늘의 아고라에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할 수 없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시는 분들도 구름같이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과 천만 천사들의 총회와 함께 하나님과 일찍 죽임 당한 그리스도 앞에서 진지하고 진실하게 예배하는 하늘의 아고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이른 곳은 시온산과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과 천만 천사와 하늘에 기록한 장자들의 총회와 교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및 온전케 된 의인의 영들과 새 언약의 중보이신 예수와 및 아벨의 피보다 더 낫게 말하는 뿌린 피니라”(히 12:22-24).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