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선 권사( Review & Negotiation Department)

“오래 전 그러나 아주 멀지 않은 옛날에~ 마법의 책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책을 펴자 마주한 이 문장에서 나는 또 하나의 소녀가 되어 버렸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나 침례교인으로 성장한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인터넷 세대의 젊은이답게 성경에 대한 궁금증들을 인상 깊게 적었다. 특히 구약의 우물 이야기, 전쟁 이야기는 우리와 동떨어진 문화의 배경에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을 솔직히 표현했다. 그녀의 솔직함은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레이첼의 멋진 글과 성숙해 가는 생각들을 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나는 늘 바라보던 별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 남침례교인으로 자라면서 신앙교육을 받아 오다가, 대학에서 더 넓은 세상의 눈을 가지고 성경을 본 내용을 그녀 특유의 발랄함과 쉽게 다가오는 문장들로 전달해 주었다. 

여성의 입장과 약한 자, 소외된 자의 문제들을 성경을 통해 보는 그녀의 시각이 마치 예전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녹아 있었던 교회의 주일 학교, 소그룹 성경 공부 등에 참여하면서 마음에 불편함이 있어도 속으로 꾹 담아 두고, 감히 내놓지 못하던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새롭게 성경을 보는 눈을 주었다. 

그때는 구구단을 외우듯이 사도신경, 주기도문을 외웠으니 말이다. 레이첼이 고향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주변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던 때를 지나 세상 속에서 더 큰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같이 나에게도 이 책이 그랬다.

레이첼은 굳어 버린 신앙의 눈을 열고 그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답을 찾기 위해 말씀을 더 가까이하며, 소외당하는 자들 편에서 공평하신 하나님, 약한 자에게 힘이 되신 하나님을 알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레이첼은 성경을 지식이나 자신을 세우기 위한 스펙의 도구로 여기지 않고, 성경을 알고 이해한 만큼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교회를 떠난 친구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성경 공부를 왜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거나, 자녀들이 성경에 대해 질문을 할 때 나는 레이첼의 이야기에서 그 해답들을 찾는다.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한 성경의 이야기를 “아~~!” 하며 깨닫고,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읽고 이해하며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나는 오늘도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즐거움을 레이첼이 본 세상을 통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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